칼럼

산 산 산

산 산 산

by 운영자 2020.06.18



신석정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 없는 짐승과
에레나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 보니 하고
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김희보 편저 『한국의 명시』, 《종로서적》에서
작품해설

원주는 치악산이 버티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도 자연적 아름다움을 사계절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치악산 어느 방향을 통해 오르더라도 그 아름다움은 오르는 방향마다 다 다르게 펼쳐 있어 무상으로 행복함을 즐길 수가 있다. 신석정 시인은 「산 산 산」에서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이 높아서 아름답고 산에는 죄 없는 짐승들이 살아서 아름답고 어여쁜 꽃들이 많아서 아름답다고 했다.

산을 오를 때 정상을 오르는 것도 그 의미가 있겠지만, 느리게 걸으며 그 나무의 모양과 가지들이 뻗어가는 모습을 구분하는 것도 의미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르며 그 높이에 따라서 군락을 이루어 사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 산이 눈앞에 있어 언제나 마음껏 오를 수 있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행복이다.

산을 오르면 산을 오르는 사람마다 각자가 다 다르게 그 산의 높이를 향해 걷는 걸음의 수가 다르다. 산의 높이는 일정하지만 사람의 걸음에 따라 어느 사람은 더 많이 어느 사람은 조금 덜 걷게 되어 있다. 이러한 걸음의 수를 놓고 보아도 산은 사람에게 삶이라는 걸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신석정 시인도 그래서 아주 오래전 기린처럼 목을 빼고 그 산을 바라보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