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월엔 내가

6월엔 내가

by 운영자 2020.06.04

6월엔 내가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빨갛게 목 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 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변덕스러운 봄의 비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 나무들이 따사로운 햇빛을 흠뻑 받으며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싱싱하다.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산을 하얗게 뒤덮은 아카시아, 빨갛게 불타는 장미, 모두가 생명감으로 충만한 아름다움이다.
6월의 생명들은 우리들에게도 벅찬 생명력을 옮겨 준다. 빨간 장미처럼 열렬히 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더욱 힘껏 사랑하고 노래할 힘을 부어 준다. 어떤 시련도 견디고 이겨낼 단단한 용기를 내 안에 가득 채워 준다.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