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합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합니다

by 운영자 2020.05.28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서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노숙을 하며 매일 도서관 같은 자리에서 공부를 하는 할머니의 노트에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수식과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고, 학생들은 이 할머니를 중앙광장의 줄임말인 ‘중광할머니’라 알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여 취재진이 이를 확인해 본 결과 67학번으로 사학과에 입학하였고 1등으로 졸업하여 총장상까지 받았음이 신문기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PD가 할머니를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누려 하였으나 할머니는 본인의 이야기는 깊게 하려 하지 않았고 돈 1만원만 있으면 달라고 하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졸업한 이후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고 핑크빛 꿈을 안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교수를 하던 중 1980년대는 똑똑한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어려운 생활로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쓰러지기 전까지 세상 창조에 대한 연구를 하던 할머니는 허공을 응시하며 “ 인간의 인생이란 얼마나 짧은지를 깨닫게 하는 그런 말을 쏟아 냈습니다. 환자복을 입었으나 곧은 자세로 교양 있게 말하는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사람은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생각하는 것만 들으려는 습성이 있는데 인생의 굵직한 순간들만을 보고 상대방을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지금은 한 가지 옷만 입고 있어 옆에 가면 냄새가 나는 할머니, 우리는 그 초라한 노인만을 보고 있는데 그 할머니는 본인이 노벨상 후보에 올라야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차도를 횡단하다가 사고가 발생하여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할머니를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간섭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적정한 손해사정을 하고 그 보험금액이 타당하다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시점을 찾아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은 젊은 사람들이 거의 주도적으로 움직이지만 중광할머니나 사고를 당한 할머니를 보니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