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비 수첩

나비 수첩

by 운영자 2020.05.26

남은우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꽃의 일생 기록 중이야

계간 『주변인과문학』2020년 봄호에서
[ 작품해설]

남은우 시인의 동시 「나비 수첩」은 아이들의 마음으로 읽어낸 짧고도 간결한 문장이다. 나비가 접었다 폈다 하는 그 몸짓이 마치 수첩을 폈다 접었다 하는 모양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바라보는 모양이 수첩이라고 생각해서 나비 수첩이라 했겠지만, 더 자세하게 관찰해 보면 나비는 꽃의 이야기를 적고 그 잘잘못을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늦게 핀 꽃의 모양과 느낌 향기, 일찍 핀 꽃의 모양과 향기, 그 모든 꽃들의 일상을 매일매일 기록해서 신에게 이다음 꽃을 피우는 일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나비 수첩이야말로 꼭 필요한 수첩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몸도 엄마의 마음속에 아기 수첩이 있어 무럭무럭 잘 자라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많은 수첩이 있다. 돈을 넣는 지갑부터 어떤 약속을 기록하는 수첩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비 수첩과 같은 아름다운 수첩은 흔하지 않다. 꽃의 일생을 기록하는 수첩으로 나비가 꽃을 찾아다녀야 하니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관찰해 보면 꽃의 아름다움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군 진산에서 태어나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 후, 시집 『받아쓰기』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들』을 출간했고, 2012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과 2017년 제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2019년 제38회 강원문학상을 받았고, 다수의 창작기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