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꽃이 핀다

꽃이 핀다

by 운영자 2020.05.21

- 문태준 -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문태준 시집 『가재미』, 《문학과지성사》에서
<작품설명>

꽃 피는 것만 보아도 행복하다. 이 세상 꽃 아닌 것 없다고 한다. 향기 나는 꽃만 꽃이라 하면 아름다움을 느끼는 모든 마음 꽃은 어디서 피어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태준 시인은 그러한 우리 마음에 피는 꽃까지 모두 꽃이라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

꽃이 피는 동안은 뜰이 고요하다고 했다. 마루처럼 넓은 아름다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맨살의 하늘이 꽃 속으로 들어가고 꽃은 그 하늘을 모두 꽃잎 속에 담아 놓고 있다. 그렇게 하늘을 담지 않으면 그 아름다운 꽃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향기가 솟아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삶도 매일 꽃을 바라보듯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 몸의 마음 꽃 하나 피우는 일이 일생의 일이라 생각한다. 꽃은 서로를 시기하지 않는다. 꽃은 아름다움 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고운 향기만을 내뿜는다고 본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향기 나는 삶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