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라

소라

by 운영자 2020.05.21

- 양운한 -

소라의 배앵 뱅 꼬인 「네지」는
바다의 연륜(年輪)

나는 오늘도 소라를 주워
바다의 나이를 세이다.

*네지:나사못
김희보 편저 『한국의 명시』, 《종로서적》에서
<작품설명>

바다에 사는 소라나 조개들의 나이는 껍질이 자란 테두리를 보고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인삼이나 더덕이 싹이 나면 해마다 하나씩 제 머리의 수를 남기고 나무는 나이테를 만들어 알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양운한 시인은 6.25 때 월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1937년도에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쓰며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라」라는 작품이 많이 읽힌 작품이다. 실제 작품의 표현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1937년도에 뱅뱅 꼬인 네지라는 표현은 식상한 표현을 떨구어 내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지금도 이러한 시적 낭만을 추구하는 시인들이 흔치 않는 것을 보면 양운한 시인은 시적 표현의 멋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고자 한 화가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이 시에서 소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본다. 세상에 셀 수 없는 삶의 목소리가 많았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단 한 줄의 소라의 나이에 비유하여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시인의 마음이 바다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시를 읽으며 시인이 바도 같은 삶의 목소리를 소라에게 들려주고 있어 소라도 그 삶의 파도 소리를 듣고 제 나이를 껍질 속에 담았다고 본다. 그렇게 바다의 나이를 읽고 싶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