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머니의 휴가

어머니의 휴가

by 운영자 2020.03.17

- 정채봉 -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만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계간 『시하늘』2016 여름호에서
<작품설명>
부모님이 계신 사람은 정말 행복하고 그 무엇도 부러움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을 하며 나는 살았다. 그러나 막상 부모님이 계셨다면 불효자식으로 평생을 살았을 그런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부모님 산소에 가서 큰절을 드릴 때마다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한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배우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채봉 시인의 시 「어머니의 휴가」를 읽으면서 하늘나라에 가 계신 어머니가 단, 몇 초라도 마주 보는 눈 맞춤을 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한다. 세상사 살아가며 억울했던 일 다 일러바치며 어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싶다는 고백도 숨기지 않는다. 얼마나 서럽겠는가. 얼마나 외롭겠는가. 어머니가 계셔서 어머니 품에 의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사람은 행복하고 기쁠 때는 나를 만들어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는다. 슬프고 힘들고 외로울 때 그때야 부모님을 생각한다. 특히 어머님은 모든 삶의 눈물을 닦아주신 분이 아니신가. 친구들과 싸움에 져서 분풀이를 못 할 때 엄마는 그놈 내 혼내주겠다고 아들을 달래주고, 아들에게 화를 삭이고 살아가는 법을 일러 주었다. 그러니 저승 가신 어머니가 단 몇 분이라도 휴가를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세상에 나를 가장 나답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보듬어 주시는 분이 어머니이시다. 살아생전 마음 다하여 정성 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다. 이제 그 후회스러움을 갚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지만 저승 가신 어머니는 휴가도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