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靑노루

靑노루

by 운영자 2020.03.03

- 박목월 -

머언 산 靑雲寺
낡은 기와집

山은 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름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구비를

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한자: 청운사(靑雲寺) / 자하산(紫霞山)
박목월·조지훈·박두진 지음 『청록집』,《을유문화사》에서
<작품설명>

1946년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3명의 시인이 펴낸 시집이 『청록집』이다. 그 후 문단에서는 이들 3명을 청록파 시인으로 부르게 되었다. 개성이 다 다른 시인이 자연적 소재를 다루는 모습은 얼굴이 다른 것만큼이나 각자 자기 개성을 보이고 있다.

청노루는 봄의 정취를 그대로 눈으로 바라보는 듯 그려 놓았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이 보이고 산은 자하산 봄눈이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는 열두구비에 청노루 맑은 눈빛이 뭉게구름이 흐르는 맑은 하늘처럼 보인다는 내용이다. 청노루는 청록이라 하여 백두산에 사는 사슴을 뜻한다. 자하산은 평안북도 양덕군에 있는 산으로 1216m의 높은 산이다. 그러니 이 시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백두산 근처의 산이라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시는 무궁한 자연의 흐름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시대적 삶의 정취를 가슴에 깊이 스며들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만 해도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시가 쓰였던 자하산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 땅에도 하루속히 그런 통일의 봄이 왔으면 좋겠다.
백두산에 뛰어노는 사슴이 청노루라 하니, 봄날 새잎 피면 그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정취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생각만으로도 황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