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구에 회자되다

인구에 회자되다

by 운영자 2019.12.26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지금도 복지의 교과서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인구에 회자되다’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회자(膾炙)’는 ‘날고기와 구운 고기’가 합쳐진 말인데, ‘인구(人口)에 회자되다(膾炙人口)’라고 하여, “회와 구운 고기는 사람들이 좋아하여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며(맹자 진심장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읊는 시의 구절을 말할 때 쓰였던 것이 점차 좋은 평판으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를 때도 쓰이게 된 말이다. 그런데 아래 문장들은 어떤가?
“총선을 앞두고 용산지역구 후보군으로 OO당 4명, OO당 2명 등이 회자된다.”
여기에 쓰인 ‘회자’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냥 ‘거론된다’거나 ‘물망에 오른다’로 쓰면 될 것이다. 아래 문장은 더 기막히다.
“과거 소련의 위협이 약해지자 나토의 무용론이 회자된 것이 그 예다.”
“제천 화재 때에 드라이비트라는 건물 외장재가 회자됐었다. 트라이비트는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회자’란 좋은 의미로 유명한 대상에 대해 쓰는 말인 것을 모르고 쓴 예다. “많은 사람들이 나토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트라이비트라는 단어가 크게 거론되었다.”와 같이 쓰면 될 것이었다.
좋지 않은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쓰는 말은 ‘구설에 오르다’나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라는 말이 있다. 구설(口舌)은 ‘입과 혀’로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하고, ‘입방아’는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을 말한다. 아무데나 ‘회자’를 남용하지 말자.
잘 모르는 한자어는 쓰지 않는 게 실수하지 않는 길이다. 쉬운 우리말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