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염두에 두다

염두에 두다

by 운영자 2019.12.12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무엇보다도 보온성을 염두하고 옷을 골라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TV홈쇼핑 진행자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염두하고’라니. 설마 하면서 인터넷을 들여다보니, 블로그를 비롯한 온갖 게시글들, 심지어 뉴스에까지도 이와 같은 표현이 들어 있는 제목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아파트 청약 일정을 염두해서 빨리 도전해보세요.”
“이것은 마케팅을 염두해서 만든 제품으로···”
“시험을 앞두고는 최대한 가능성을 염두해서 전략 짜기 방향성을 예측해야 한다.”

‘염두(念頭)’는 ‘생각의 머리’ 즉 ‘생각의 시초’나 ‘마음속’을 뜻한다. 관용적으로 자주 쓰이는 ‘염두에 두다’는 생각의 첫머리에 놓을 정도로 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인데, ‘염두하다’ ‘염두해 두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마음속+하다’의 꼴이 되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의 머리에 둔다’는 말이 자연스러운 우리말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일본어 사전을 보니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관용어 ‘念頭に置く(염두에 두다)’가 있다. 역시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일본인들의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말이었다.
남의 나라 말투 가져다 틀리게 쓰지 말고 편한 우리말, 우리 말투로 바르게 쓰자.
“아파트 청약 일정을 고려해서 빨리 도전해보세요.”
“이것은 마케팅을 계산하여 만든 제품으로···”
“시험을 앞두고는 최대한 가능성을 생각해서 전략 짜기 방향성을 예측해야 한다.”

또 ‘염두’와 흔히 혼동하는 ‘엄두’가 있다. ‘엄두’는 ‘감히 무엇을 하려는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흔히 부정적인 말과 호응하여 쓰인다.
“나 혼자서 그 일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는 선뜻 밤길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