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by 운영자 2019.08.27

감태준

주먹을 불끈 쥐면
돌이 되었다
부르르 떨면 더 단단해졌다.

주먹 쥔 손으로는
티끌도 주울 수 없고
누구한테 꽃을 달아줄 수도 없다.

꽃을 달아주고 싶은 시인이 있었다.

산벚꽃 피었다 가고
낙엽이 흰 눈을 덮고 잠든 뒤에도
꺼지지 않는 응어리
그만 털자, 지나가지 않은 일도 터는데.

나무들 모두 팔 쳐들고 손 흔드는 숲에서
나무 마음을 읽는다.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

시전문계간지『시인시대, 2019년 여름호』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122

감태준 시인의 시 「주먹을 풀 때가 되었다」는 시인의 삶과 경험이 그대로 다 녹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문예지에 발표가 되었던 작품인데, 『시인 시대』에 게재가 되어 사람의 가슴속에 맺혔던 마음을 언제 풀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사실 주먹을 불끈 쥘 때는 살아가면서 어떤 다짐을 굳게 하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거나, 아니면 나를 해롭게 한 사람에게 복수를 결심할 때 주먹을 불끈 쥔다. 신념과 용기, 결기 같은 믿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주먹을 불끈 쥔다고 본다.

그러나 감태준 시인은 살아온 인생의 뒤를 돌아보면서 서로 앙금이 쌓이고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마음을 풀고 서로 따뜻하게 화해하고 용서하고 이해해야 가슴에 아름다운 삶 꽃을 달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면서 형제간에 서로 마음의 벽에 금 간 사람들 많을 것이다. 또한 친구와 관계에서 소홀했던 일들로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주 보면 불끈 쥔 주먹으로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 다 풀고 풀어야 인생 아름다운 삶의 나이테를 갖는다고 감태준 시인은 말한다. 나무들이 두 팔 벌려 손에 쥐었던 나뭇잎 다 떨구어 내야 겨울을 나고 봄을 맞듯 사람의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다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꼭 쥐었던 주먹을 펴야 그 손에 꽃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도 주먹을 쥐면 티끌도 못 잡는다. 손을 펴야 그 손에 아름다운 삶의 박수 소리라도 잡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