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몸에게

몸에게

by 운영자 2019.08.20


- 김제현-

안다
안다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게 한 일
지쳐 쓰러진 네게 쓴 알약만 먹인 일 다 안다
오르지 곧은 뼈 하나로
견디어 왔음을

미안하다, 어두운 빗길에 한짐 산을 지우고
쑥국새 울음까지 지운 일 미안하다
사랑에 빠져 사상에 빠져
무릎을 꿇게 한 일 미안하다

힘들어 하는 네 모습 더는 볼 수가 없구나
너는 본시 자유의 몸이었나니 어디로든 가거라
가다가 더 갈 데가 없거든 하늘로 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

김제현 著 『김제현 시조전집』에서

작품설명
사람이 되었건 물건이 되었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닳고 헐어 고장이 나게 되어 있다. 사람의 몸이 아프다는 것은 몸이 약한 사람을 빼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나 많이 사용해서 몸에 무리가 온 탓이 대부분이다.
근육통, 골절, 관절염 등등 많은 부분이 몸을 혹사시켜서 스스로 껴안은 병이 될 것이다. 김제현 시인은 이러한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삶의 내력을 바라보며 긴 세월 동안 함께 해준 고마움을 말하고 있다.

첫 수에서 우리 몸이 얼마나 힘든 여정의 삶의 길을 헤쳐 왔는지를 더듬어 보고 있다. 그 힘든 여정에서 몸이 아플 때마다 알약 몇 개로 고통을 이겨내라 하고 아픔을 견디게 한 일을 생각한다. 둘째 수에서는 사랑에 빠져 사랑하는 사람 앞에 무릎 꿇고 고백을 하게 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셋째 수에서는 이제 몸이 할 일 다 하고 나이 들고 늙었으니 네 맘대로 가고 싶은 곳 찾아가라 한다. 그리고 갈 곳이 없으면 하늘로 가라고 말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내 몸도 저렇게 혹사시키고 살았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하늘로 돌아갈 때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말한다. 아쉬움, 그리움, 슬픔, 고통, 이 모든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제현 시인께서 자신에게 고백하는 자기반성의 시조라 하겠다. 그 반성의 마음이 나에게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