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존심을 되찾자

자존심을 되찾자

by 운영자 2019.06.20

“스프링 썸머 패션입니다. 디테일이 특이합니다. 소매를 턴업해서 입을 수 있는 코튼 원피스입니다. 루스한 핏이구요, 원 플러스 원입니다. 칼라는 블루칼라, 브릭오렌지 칼라, 네이비, 베이지 칼라입니다. 에어로워싱 가공했구요 사이즈가 루스하니까 반 사이즈 다운해서 선택하시길 추천드려요. 55, 66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일단 맘에 드시면 킵해 두세요. 체형 커버가 가능한 루즈핏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템에 극찬했어요. 이 셔츠를 입고 롱 가디건이나 바바리를 입으면 굿이에요. 칼라를 다시 말씀드리면 블루는 그레이빛이 나는 블루에요. 셔츠는 제천 벨트를 포함하고 있어요. 소재는 코튼 100짜리 중에서도 퀄리티가 가장 높은 60수 엔젤링이 느껴지는 감촉이고 터치감이 부드럽습니다. 소재에 대한 프리미엄이라는 거 아셔야 합니다. 셔츠형이지만 자켓 느낌으로 입을 수도 있고 인밴드 스타일이라 다른 자켓과 레이어드해 입을 수도 있어요. 여유 있는 컨셉으로 입을 수 있어요.”

이게 어느 나라 방송이란 말인가? TV홈쇼핑에서 판매원이 설명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거의 모든 홈쇼핑 판매원들의 말이 이런 식이다. 서양 사람들이 더 잘 알아들을 것도 같다. 국영문혼용체인가? 영어에 우리말이 섞여 있는 건지 우리말에 영어가 섞인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우리말 어휘력이 부족해서인가 영어를 잘 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함인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런 언어생활을 하는 것이 그들만이 아닌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주변에도 이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영어는 영어로 말할 필요가 있는 때와 장소에서 유창하게 실력을 뽐내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나를 무시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더구나 내가 나를 무시하는 것은 자존심 없는 사람의 짓이다. 우리 민족이 가진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으뜸이 우리말 우리글인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중한 우리 것을 업신여기고 영어 단어 쪼가리나 가져다 쓰는 것은 참 자존심 없는 짓이다. 버렸던 우리말글을 되찾고 민족적 자존심도 되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