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벽계수야
청산리 벽계수야
by 운영자 2019.02.12
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수여 간들 어떠리
*제목은 필자가 임의로 붙임
최승범(崔勝範) 편주(編註) 『한국고시조선』, 《삼중당》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황진이(黃眞伊 1506~1543)는 명월이라는 호를 지닐만큼 한시와 시조에 능한 평양 기생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조에서 나오는 벽계수라는 사람이 왕의 아들로 태어나 떠돌며 시와 그림으로 말년을 살았던 이종숙이다.
이종숙의 묘는 지금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에 있다. 횡진이의 시조에 나오는 벽계수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돌아가자 벽계수의 마음을 돌려세우려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빨리, 쉽게) 감을 자랑 마라 / 일도창해(一到滄海 바다에 다다른 물은) 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滿空山) 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이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벽계수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돌아가자 그 돌아가는 말 발자국 소리 뒤에 명월의 노래와 거문고 소리가 그 말을 돌려세우며 다시 돌아오게 하는 마음을 담았다. 청산리 벽계수는 깊은 산속의 골짜기를 의미하나 이 시조에서는 벽계수를 부르는 마음으로 읽히고,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한번 바다에 다다른 물은 다시 깊은 청산리 골짜기로 돌아올 수 없으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명월의 마음이 만공산을 다 비추고 있을 때 쉬어가라는 마음이 담기어 있다.
벽계수 이종숙의 묘는 문막 동화리 동화산 가는 초입에 있다. 황진이가 쓴 시조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황진이가 벽계수를 만나기를 청하자 벽계수가 기생 따위 말에 현혹되지 않겠다고 말을 타고 돌아서서 가다가 황진이의 유혹에 그만 말에서 떨어지자 황진이가 다시 만나 주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벽계수 이종숙의 묘가 원주 동화리에 있어 황진이의 시조를 읽어 보았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군 진산에서 태어나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 후, 시집 『받아쓰기』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들』을 출간했고, 2012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과 2017년 제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지금은 글만 쓰고 살고 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수여 간들 어떠리
*제목은 필자가 임의로 붙임
최승범(崔勝範) 편주(編註) 『한국고시조선』, 《삼중당》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황진이(黃眞伊 1506~1543)는 명월이라는 호를 지닐만큼 한시와 시조에 능한 평양 기생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조에서 나오는 벽계수라는 사람이 왕의 아들로 태어나 떠돌며 시와 그림으로 말년을 살았던 이종숙이다.
이종숙의 묘는 지금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에 있다. 횡진이의 시조에 나오는 벽계수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돌아가자 벽계수의 마음을 돌려세우려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빨리, 쉽게) 감을 자랑 마라 / 일도창해(一到滄海 바다에 다다른 물은) 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滿空山) 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이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벽계수가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돌아가자 그 돌아가는 말 발자국 소리 뒤에 명월의 노래와 거문고 소리가 그 말을 돌려세우며 다시 돌아오게 하는 마음을 담았다. 청산리 벽계수는 깊은 산속의 골짜기를 의미하나 이 시조에서는 벽계수를 부르는 마음으로 읽히고,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한번 바다에 다다른 물은 다시 깊은 청산리 골짜기로 돌아올 수 없으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명월의 마음이 만공산을 다 비추고 있을 때 쉬어가라는 마음이 담기어 있다.
벽계수 이종숙의 묘는 문막 동화리 동화산 가는 초입에 있다. 황진이가 쓴 시조 작품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황진이가 벽계수를 만나기를 청하자 벽계수가 기생 따위 말에 현혹되지 않겠다고 말을 타고 돌아서서 가다가 황진이의 유혹에 그만 말에서 떨어지자 황진이가 다시 만나 주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벽계수 이종숙의 묘가 원주 동화리에 있어 황진이의 시조를 읽어 보았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군 진산에서 태어나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 후, 시집 『받아쓰기』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들』을 출간했고, 2012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과 2017년 제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지금은 글만 쓰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