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혀 깨문 것도 정당방위

혀 깨문 것도 정당방위

by 운영자 2018.10.04

형법에 대하여 많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싸움에 대한 것이다. 상대방의 폭력에 대항하면서 싸움을 한 경우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거나 때렸다면 자신도 대항하여 싸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판례는 싸움이란 서로 상대방에게 대하여 공격을 함과 동시에 방어를 하는 것이므로 그 중 한쪽의 행위만을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가해자가 가슴 위에 올라타 목 부분을 누르자 호흡이 곤란하게 된 피해자가 안간힘을 쓰면서 허둥대다가 옆에 있던 과도로 피해자의 왼쪽 허벅지를 1회 찔러 상해를 가한 경우 이는 부당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하여 정당방위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다. 이처럼 싸움에 대하여 법원은 양쪽 모두 폭행이 된다고 판결한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저항하다 상해를 입힌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 판례 중에는 인적이 드문 심야에 혼자 귀가 중 느닷없이 달려들어 강제추행을 하면서 억지로 키스를 하는 것에 대항하여 정조와 신체를 지키려는 일념에서 엉겁결에 혀를 깨문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한 것이 있다. 최근에는 상대방의 폭행에 맞서다 이빨로 상대방의 오른팔을 깨문 것이 정당방위라고 보았다. 얼굴을 맞고 멱살을 잡히는 와중에 손을 잡아 비틀어 상해를 입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 무죄에 해당될 수 있다.
15년 전 충주에서 13년 동안 의붓딸을 성폭행해온 의붓아버지를 의붓딸과 남자친구가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는 8만7,000명이 법원에 석방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여러 주에서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고 심지어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집으로 찾아와 따지는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인 경우까지 정당방위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정당방위를 잘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같이 폭넓게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보다 융통성 있게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