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는 것
견딘다는 것
by 운영자 2020.06.30
이기철
몸이 부드러워 일찍 썩는 사과여
아직 물의 몸인
오이여 모란꽃이여
무른 살의 처녀들이여
여물고 딱딱해야 이 세상을 견딘다
결심하지 않고 물이 얼음이 되겠느냐
눈 속에서도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도 있다
지금은 검게 입 다문 저 맨드라미도
한때 붉었던 적 있다
구름과 먼지는 습관을 비웃는다
타이어도 20세기의 습관을 딛고 길 위를 굴러 간다
닳은 신발을 신고
나도 21세기를 타이어처럼 건너간다
이기철 시집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서정시학》에서
몸이 부드러워 일찍 썩는 사과여
아직 물의 몸인
오이여 모란꽃이여
무른 살의 처녀들이여
여물고 딱딱해야 이 세상을 견딘다
결심하지 않고 물이 얼음이 되겠느냐
눈 속에서도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도 있다
지금은 검게 입 다문 저 맨드라미도
한때 붉었던 적 있다
구름과 먼지는 습관을 비웃는다
타이어도 20세기의 습관을 딛고 길 위를 굴러 간다
닳은 신발을 신고
나도 21세기를 타이어처럼 건너간다
이기철 시집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서정시학》에서

<작품설명>
참을 인(忍) 자 세 번을 마음에 새기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참는다는 것, 그것은 인내심을 뜻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노력도 인내심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철 시인은 바로 그러한 삶의 마음을 보여주는 시로 「견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사과의 몸이 썩어가면서 더 짙은 향기를 풍긴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씨앗이 땅에 묻혀 썩지 않으면 새싹을 틔울 수가 없다. 그리고 동물이 제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고통을 참아내지 않으면 멸종을 맞는다. 견딘다는 것은 바로 크게 보면 이 세상이 세상답게 굴러가게 하는 커다란 바퀴인 셈이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은 그 시대에 가장 열심히 살았기에 후세의 자식들의 안위를 지켰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맞이하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일이라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는 이 땅을 미래로 굴리고 같은 수많은 바퀴들이다. 그 굴러가는 바퀴들이 풀잎이고 나무고 새들이고 우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시다.
참을 인(忍) 자 세 번을 마음에 새기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참는다는 것, 그것은 인내심을 뜻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노력도 인내심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철 시인은 바로 그러한 삶의 마음을 보여주는 시로 「견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사과의 몸이 썩어가면서 더 짙은 향기를 풍긴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씨앗이 땅에 묻혀 썩지 않으면 새싹을 틔울 수가 없다. 그리고 동물이 제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고통을 참아내지 않으면 멸종을 맞는다. 견딘다는 것은 바로 크게 보면 이 세상이 세상답게 굴러가게 하는 커다란 바퀴인 셈이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은 그 시대에 가장 열심히 살았기에 후세의 자식들의 안위를 지켰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맞이하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일이라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는 이 땅을 미래로 굴리고 같은 수많은 바퀴들이다. 그 굴러가는 바퀴들이 풀잎이고 나무고 새들이고 우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