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임영석시인과함께쉽게읽는시

완화삼 莞花衫

완화삼 莞花衫

by 운영자 2020.02.04

완화삼 莞花衫 - 목월에게 -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고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차운:차가운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지음 『청록집』, 《을유문화사》에서

<작품설명>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벗은 뜨거운 삶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용기와 힘을 준다. 조지훈 시인의 시 「완화삼」이란 시는 목월에게 보내는 마음을 담은 시다. 완화莞花는 말린 팥꽃나무의 꽃봉오리를 한방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그러니 꽃 차를 우려 마시며 가슴을 적시는 향기만큼 깊이 목월을 생각하고 있는 시라 하겠다.
이 시는 글로 쓴 산수화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차가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이 멀고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고 했다. 그리고 구름이 흘러가고 칠백 리 물길이 있으니 강과 산이 그대로 아름다움을 자랑할 만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강마을의 저녁노을이 드리우고 술 익는 냄새가 가득하니 벗이 더 생각이 난다는 마음을 가졌으리라. 하여 이 밤 자고 나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말한다. 아마도 목월을 생각하는 그리움으로 하여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 달빛을 흔들고 있다고 목월에게 고백한다.
벗을 생각하는 그리움이 마음의 그림이 되어 술잔을 기울이지 않고도 천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마음속에 좋은 벗을 둔다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삶의 풍경을 늘 선물로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금은보화를 선물로 주어야만 좋은 벗은 아닐 것이다. 손 편지 따뜻하게 써서 잘 살고 있느냐고, 마음 담아 주는 벗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세상이 되어간다. 조지훈 시인이 목월 시인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지를 잘 보여준 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