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밥상
아내의 밥상
by 운영자 2020.01.30
김선태

출장지에서 앞당겨 집에 왔더니
아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놀라 얼른 감춘 밥상 위
맨밥에 달랑 김치 몇 조각
어머, 예고도 없이 벌써 왔어요
당신이 없으면
반찬 걱정을 안 해 대충 먹어요
김칫국물이 해일처럼
와락 내 허파로 쏟아지는 저녁
풀과별 엮음 『희망의 레시피』, 《문화발전》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146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여자의 로망이 공주처럼 대접받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세상을 살게 해주겠다던 남자들의 유혹이 얼마나 큰 거짓말이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연애를 막 시작한 젊은 남녀에게는 이 시가 쉽게 다가오지 않겠지만, 아이들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낸 부부들이라면 뜨겁게 공감하는 시라고 본다.
출장을 갔다가 일이 일찍 끝나서 집에 왔을 때 평소 먹던 밥상이 아니고 혼자 대충 한 끼 저녁을 때우겠다는 속셈으로 먹는 밥인데, 김치 조각 몇 개가 전부인 그 밥상을 본 남편은 억장이 무너지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졌을 것이다. 때문에 김칫국물 냄새가 와락 내 허파로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저녁이라 고백한다. 없는 살림 한 푼이라도 아끼며 버둥거리는 살림을 해주는 아내의 사랑이 남편의 가슴을 무너트린 것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적 삶의 이렇게 감동하고 감동을 주고 뜨거운 삶의 희망의 뿌리를 발견한다. 시라는 것이 굳이 아름다운 향기가 어디에 잇는가라고 말할 때, 이렇게 김칫국물 같은 향기를 풍기는 모습이 시의 향기라 말하고 싶다. 세상의 꽃은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를 품었기 때문에 아름답다. 김선태 시인의 시 「아내의 밥상」은 서민의 삶에서 흔히 바라보는 일이겠지만, 아내들이여, 김칫국물 풍기는 그 밥상에 남편의 사랑 한 접시 더 올려두고 밥을 드시라.
아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놀라 얼른 감춘 밥상 위
맨밥에 달랑 김치 몇 조각
어머, 예고도 없이 벌써 왔어요
당신이 없으면
반찬 걱정을 안 해 대충 먹어요
김칫국물이 해일처럼
와락 내 허파로 쏟아지는 저녁
풀과별 엮음 『희망의 레시피』, 《문화발전》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146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여자의 로망이 공주처럼 대접받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세상을 살게 해주겠다던 남자들의 유혹이 얼마나 큰 거짓말이었나를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연애를 막 시작한 젊은 남녀에게는 이 시가 쉽게 다가오지 않겠지만, 아이들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낸 부부들이라면 뜨겁게 공감하는 시라고 본다.
출장을 갔다가 일이 일찍 끝나서 집에 왔을 때 평소 먹던 밥상이 아니고 혼자 대충 한 끼 저녁을 때우겠다는 속셈으로 먹는 밥인데, 김치 조각 몇 개가 전부인 그 밥상을 본 남편은 억장이 무너지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졌을 것이다. 때문에 김칫국물 냄새가 와락 내 허파로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저녁이라 고백한다. 없는 살림 한 푼이라도 아끼며 버둥거리는 살림을 해주는 아내의 사랑이 남편의 가슴을 무너트린 것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적 삶의 이렇게 감동하고 감동을 주고 뜨거운 삶의 희망의 뿌리를 발견한다. 시라는 것이 굳이 아름다운 향기가 어디에 잇는가라고 말할 때, 이렇게 김칫국물 같은 향기를 풍기는 모습이 시의 향기라 말하고 싶다. 세상의 꽃은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를 품었기 때문에 아름답다. 김선태 시인의 시 「아내의 밥상」은 서민의 삶에서 흔히 바라보는 일이겠지만, 아내들이여, 김칫국물 풍기는 그 밥상에 남편의 사랑 한 접시 더 올려두고 밥을 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