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임영석시인과함께쉽게읽는시

실소(失笑)
홍윤숙

실소(失笑)
홍윤숙

by 운영자 2019.12.27

- 홍윤숙-

한평생 걸려서
수수께끼 하나 풀었습니다

“먹을수록 배고프고 허기진 것
나이 먹는 것”

홍윤숙 시집 『마지막 공부』, 《분도출판사》에서

작품설명
세상을 산다는 일은 먹고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단순한 이치가 삶의 수레바퀴처럼 매일 가슴을 지나가도 어쩌지 못하고 가슴을 내어준다.
홍윤숙 시인의 시 「실소失笑」는 말 그대로 속담을 듣고 엷은 미소를 띠는 모습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詩는 아픔도 있고, 웃음도 있고, 슬픔도 있는 삶의 뒤안길을 바라보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가 않다고 하는 말은 세월, 그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도 아니고 구름도 아닌,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속에만 스며드는 것이 세월이라는 시간이다. 그러한 세월을 한평생 살다 보니 ‘먹을수록 배고프고 허기진 것’이 ‘나이 먹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겨울밤 긴 시간 동무들과 속담을 이야기하고, 수수께끼 놀이며 실뜨기 놀이 등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동무들끼리 모여 놀 공간이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삶의 방식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래 저 말아 맞아!’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먹을수록 배고프고 허기진 것 / 나이 먹는 것” 이 말을 홍윤숙 시인은 평생을 살며 삶의 수수께끼를 풀 듯 풀었다고 하니, 우리가 연말연초면 마음속에 풀어야 할 삶의 문제는 무엇인지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