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닌 집 있다길상호
집 아닌 집 있다길상호
by 운영자 2019.11.29
- 길상호-
집을 잘못 골라 든 게가 변을 당했다
파도횟집 접시에 올려진
소라를 빼먹으려고 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게 한 마리,
구멍 밖으로 내민 집게발에
찢긴 파도 한 자락 물려 있었다
단단한 믿음이었던 집이
소용돌이로 한 생을 삼킬 때 있다
억센 근육의 가장(家長)들 몇이 모여
빚더미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집 빠져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길상호 시집 『모르는 척 』, 《천년의 시작》에서
작품설명
누구나 한 번쯤은 횟집에 가서 소라나 조개탕을 먹으며 어린 게가 붉게 익어 나오는 모습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린 게는 소라나 조개껍질에 숨어들어 몸을 숨긴다는 것이 그만 잘못 찾아들어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길상호 시인은 이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에도 잘못 찾아가 무수한 변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을 암시하게 해 준다. 매일 같이 무수히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의 일이 이 어린 게가 소라나 고등 등과 함께 삶아진 모습과 같다는 인식을 하면 될 것이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하며 살아간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먹고 살아갈 처지가 나아지지 않는다. 삶의 궁핍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그 가난한 가장은 매일 같이 빈 소라껍데기 같은 집을 찾아들어가지만 아득하지 않고 늘 불안한 삶에 시달릴 것이다. 마치 어린 게가 뜨거운 물에 놀라 그 껍질을 탈출하려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근육이 강한 이 땅의 많은 가장은 그 어린 소라게처럼 제 목숨을 주고서라도 가난함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그 억척같은 삶을 바라보듯이 쓴 소주 한잔하며 바라본 어린 게의 죽음이 자신의 모습처럼 비추어본 시다. 끝없는 파도와 싸워도 지지 않고 살았던 게이지만, 뜨거운 불에는 그만 목숨을 잃는다. 이 땅 많은 서민들의 삶도 빚에 쪼들리면 그 빚이 불덩이처럼 가슴을 옥조여 온다는 것을 「집 아닌 집 있다」에서는 주지시키고 있다.
집을 잘못 골라 든 게가 변을 당했다
파도횟집 접시에 올려진
소라를 빼먹으려고 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게 한 마리,
구멍 밖으로 내민 집게발에
찢긴 파도 한 자락 물려 있었다
단단한 믿음이었던 집이
소용돌이로 한 생을 삼킬 때 있다
억센 근육의 가장(家長)들 몇이 모여
빚더미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집 빠져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길상호 시집 『모르는 척 』, 《천년의 시작》에서
작품설명
누구나 한 번쯤은 횟집에 가서 소라나 조개탕을 먹으며 어린 게가 붉게 익어 나오는 모습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린 게는 소라나 조개껍질에 숨어들어 몸을 숨긴다는 것이 그만 잘못 찾아들어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길상호 시인은 이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에도 잘못 찾아가 무수한 변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을 암시하게 해 준다. 매일 같이 무수히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의 일이 이 어린 게가 소라나 고등 등과 함께 삶아진 모습과 같다는 인식을 하면 될 것이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하며 살아간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먹고 살아갈 처지가 나아지지 않는다. 삶의 궁핍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그 가난한 가장은 매일 같이 빈 소라껍데기 같은 집을 찾아들어가지만 아득하지 않고 늘 불안한 삶에 시달릴 것이다. 마치 어린 게가 뜨거운 물에 놀라 그 껍질을 탈출하려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근육이 강한 이 땅의 많은 가장은 그 어린 소라게처럼 제 목숨을 주고서라도 가난함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그 억척같은 삶을 바라보듯이 쓴 소주 한잔하며 바라본 어린 게의 죽음이 자신의 모습처럼 비추어본 시다. 끝없는 파도와 싸워도 지지 않고 살았던 게이지만, 뜨거운 불에는 그만 목숨을 잃는다. 이 땅 많은 서민들의 삶도 빚에 쪼들리면 그 빚이 불덩이처럼 가슴을 옥조여 온다는 것을 「집 아닌 집 있다」에서는 주지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