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미숙-독서논술교육

유명을 달리하다

유명을 달리하다

by 운영자 2020.06.15

“어머니께서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그는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운명을 달리하다”는 사람들이 잘못 쓰는 표현 중 하나이다. ‘죽다’는 뜻으로 쓰려면 ‘유명을 달리하다’라고 해야 한다.
‘유명(幽明)’의 ‘유(幽)’는 ‘어둠’, ‘명(明)’은 ‘밝음’이며,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이승과 저승을 달리하다, 즉 사별하여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죽음을 완곡하게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위의 예문에서처럼 사람들이 흔히 ‘운명(殞命)’을 ‘운명(運命)’으로 착각하여 ‘운명을 달리하다’로 쓰는 듯하나,
“철수와 영희는 운명적인 사랑을 하였다.”와 같이 쓰는 운명(運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을 뜻하는 말로서,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처럼 쓸 수는 있으나, 운명을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는 아버지와 운명을 달리했다.”처럼은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유명을 달리하다’와 같은 뜻의 말은 ‘운명(殞命)하다’이다. ‘운명(殞命)’의 ‘운(殞)’은 ‘죽다’, ‘명(命)’은 ‘목숨’이며 ‘운명’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뜻하며,
“어르신이 지금 막 운명하셨습니다.”와 같이 쓴다.

위의 예문을 바르게 쓰려면
“어머니께서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운명하셨습니다).”
“그는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운명했다).”와 같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