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미숙-독서논술교육

알맞은, 걸맞은

알맞은, 걸맞은

by 운영자 2020.05.28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그는 다만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꽃이 되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유명한 이 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인식과 관계 맺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시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있다. ‘알맞는’과 ‘잊혀지지’이다.
형용사 ‘알맞다’의 활용형은 ‘알맞은’이다. 형용사에는 ‘-는’이 연결되지 않는다. ‘아름답는’, ‘높는’, ‘낮는’으로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는’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에 붙는 어미이다. ‘알맞은’으로 써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걸맞은) 국회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에서와 같이 ‘걸맞는’도 ‘알맞은’과 마찬가지로 ‘걸맞는’이 아니라 ‘걸맞은’으로 써야 한다.
또 하나, ‘잊혀지지’는 이중피동의 형태이다. ‘잊히지’가 바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