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미숙-독서논술교육

대첩은 이미 이긴 싸움

대첩은 이미 이긴 싸움

by 운영자 2020.03.13

임진왜란 때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도 왜적을 크게 물리쳐 이긴 싸움 셋을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 부른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물리친 한산도대첩과, 진주성에서 김시민이 이끄는 조선군과 백성들이 일본군을 물리친 진주대첩, 그리고 행주산성에서 권율이 이끄는 군사와 백성들의 행주대첩이 그것이다.
‘대첩(大捷’)이란 ‘싸움에서 크게 승리함’을 뜻하는 말이다. ‘첩(捷)’은 ‘승리, 승전’의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런데 아래 뉴스 표제들을 보자. ‘대첩’을 유행어처럼 쓰고 있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방패 세운 與, 날 세운 野(통합당) 경기대첩”
“올해도 여야의 추경(추가경정예산)대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조국 대첩”
“종로대첩에 이어 양산대첩 빅매치 성사 여부”

‘첩’의 뜻을 ‘대결’이나 ‘싸움’ 정도로 잘못 알고 습관처럼 쓰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으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이미 이긴 싸움(대첩)’이라 크게 떠들고 있는 것이다. 뉴스의 생명은 진실을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일 텐데 그것을 전달하는 말이 틀려 진실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면, 빠르게 전달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위의 엉터리 기사들은 아래와 같이 고쳐 써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경기도 선거에서 크게 대결”
“여야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크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조국을 두고 여야가 크게 대립”
“종로에 이어 양산에서도 여와 야가 크게 맞붙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