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재구-알기쉬운법률

재판보다 중요한 것(2)

재판보다 중요한 것(2)

by 운영자 2019.12.04

옆 집 사람은 할머니가 사는 집의 처마가 자기 땅의 경계를 침범하여 지어졌으니 처마를 일부 헐어내라고 요구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할머니를 찾아와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이 자기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될 것 아니냐고 행패를 부렸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살아본 적이 없는 할머니는 마음이 병이 커지게 됐고, 옆 집사람을 보거나 말소리라도 들으면 밥맛을 잃게 됐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게 됐다. 할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잇몸병이 좋아졌다.
정말 현명한 의사는 문제된 부분에만 치중하지 않고 병이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법이란 것도 사람의 마음과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섞인 법률적인 분쟁은 시간이 오래갈수록 사람의 마음으로 병들게 한다. 2만원 때문에 싸움이 되어서 사람이 다치게 되고, 몇 천만 원짜리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법원에서는 요즈음 판결보다는 조정이나 화해를 많이 권유하고 있다. 전부 승소하거나 전부 패소하게 되면 일도양단의 결론이 나게 되어 시원하겠지만 패소한 쪽과 승소한 쪽이 다시 얼굴을 보고 감정의 패인 골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
서로 양보하여 화해를 한 후에 마음 편하게 다리를 쭉 뻗고 편하게 자도록 하는 것도 무조건 피할 일은 아니다.
변호사가 법적인 문제만 다루다 보면 마음의 문제를 소홀히 하게 된다. 법적분쟁에는 잠 못 이루는 걱정과 근심이 뒤따른다. 법적인 분쟁에 휩싸인 사람들의 심적 고통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길 것인지, 질 것인지를 예측하게 하고, 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이미 법적 분쟁의 반은 해결한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