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재구-알기쉬운법률

재판보다 중요한 것(1)

재판보다 중요한 것(1)

by 운영자 2019.11.06

재판에 이기고 돈을 돌려준 사람이 있다.
1심 재판에서 이겼는데 항소심 재판 중에 재판을 포기하고 위약금으로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그럼 왜 변호사를 선임하고 돈 써가며 재판을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암 수술을 했던 그 분은 재판이 계속되면서 밤에 잠도 못 이루고 소화가 되지 않아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게 됐다.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진 그 분은 건강을 잃으면 재산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빨리 분쟁을 끝내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재산을 찾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다. 그 분은 이렇게 얘기했다.
“계약금은 원래 내 돈이 아니었는데 그 돈을 써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높아서 따먹지 못한 포도가 시다고 자위해 버린 여우는 현대인 보다 더 현명하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분쟁 속에 서로를 공격하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몸이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새면서 상대방을 공격할 흠을 찾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내고 법조문과 판례를 뒤지는 일을 하고 있다.
잇몸이 들 뜬 할머니 얘기도 생각이 난다. 어떤 할머니가 치과병원을 찾아 호소한 증세는 잇몸이 부어올랐다가 내려앉으면서 치아가 흔들리고 잇몸의 통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 할머니를 진단한 치과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치과에서 치료할 병이 아니니 신경정신과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할머니와 상담을 한 정신과 의사는 할머니에게 요즘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옆집에 사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고통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한 집에서 50년을 살았는데 오래된 집이라서 지붕도 낡았고 토지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약 1년 전에 옆집에 새로 사람이 이사 온 이후부터 매일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