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내의 눈물

아내의 눈물

by 운영자 2020.02.18


최서림

몸집보다 더 큰 것이 눈물 집인가.

에스프레소가 쓰다고 한들 인생만큼 쓸까.
반백을 넘어가는 내 아내
쓸개 같은 삶보다 더 쓸까.
모래폭풍 이는 사막 같은 세상,
아내의 작은 몸속에
이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차 있을 줄이야,
폐차 처분된 내 인생을 살려낸 아내의 눈물은
몸을 채우고도 흘러넘친다.
몸속에 소금 산이 들어앉아 있는 아내의 눈물은
여자만汝自灣 바닷물보다 짜다.
쏟아낼수록 마음 밭이 개펄처럼 넓어진다.
아내 가계에 줄기차게 내려온 눈물의 유전인자,
그 눈물로 메마른 내 인생에 물을 대주고 있다.

최서림 시집 『시인의 재산』,《지혜》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최서림 시인의 시 「아내의 눈물」에는 아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랑을 주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생은 커피 맛 같다고들 한다. 처음에는 쓰고 다음에는 담백하고 그다음은 달달하며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이 커피 맛이라고 한다. 그런 커피 맛보다도 더 쓴 삶을 겪고도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시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최서림 시인에게 닥친 큰 시련을 아내가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그 고된 시간을 잘 이겨왔다는 삶의 훈장처럼 들린다.

특히 여자만 바닷물보다 더 짜다는 말에는 여자만이란 섬의 바닷물보다 더 지독하게 생활을 해 왔다는 증거다. 그 아내의 눈물에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의 유전인자가 있기 때문에 시인의 인생에 가슴 적시는 인생의 물을 대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행복한 시인인가. 아내의 눈물로 인생을 경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시인에게 끝없는 축복이다. 그리고 시인의 아내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될까를 생각해 본다. 이 지극한 시인의 순애보가 우리들 삶의 꽃 같은 향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내의 눈물에는 나를 지켜낸 삶의 벽이 아내였고 그 울타리가 아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그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행복한 시를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 믿어지는 시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군 진산에서 태어나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 후, 시집 『받아쓰기』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들』을 출간했고, 2012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과 2017년 제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2019년 제38회 강원문학상을 받았고, 다수의 창작기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