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서안나
등 서안나
by 운영자 2020.01.23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풀과별 엮음 『희망의 레시피』, 《문화발전》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사람에게 등은 제 몸을 편히 쉬게 눕고, 앞을 향해 걸어갈 때 반듯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당당함을 말해주는 척도가 등의 자세다. 굽은 등은 지난 세월의 고된 삶을 상징해 주고, 반듯한 등은 세상을 좀 더 바르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며 살았다는 증표일 것이다.
서안나 시인의 「등」은 자기 자신의 손으로는 등의 가려움을 긁을 수 없기 때문에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가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말한다. 세상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는 곳이 세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누군가는 칼을 만들어 음식을 자르게 만들고, 누군가는 책을 만들어 마음의 약식을 쌓게 하고,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어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이 모두가 우리들 삶의 등을 긁어주는 일들이다. 내 팔이 앞사람의 등을 긁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하지만, 내 몸을 긁는 일에는 삭은 막대보다도 못하다.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등 긁어주는 임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내 몸 긁어주는 임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나의 우주이고 바다이고 별빛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서안나 시인은 우리 삶의 배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등을 긁어주기 위해서 입도 없고 다리도 없고 팔도 없는 눈먼 내가 내 등 뒤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우리들 삶을 항상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풀과별 엮음 『희망의 레시피』, 《문화발전》에서
【임영석 詩人과 교차로에서 쉽게 읽는 시】
사람에게 등은 제 몸을 편히 쉬게 눕고, 앞을 향해 걸어갈 때 반듯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당당함을 말해주는 척도가 등의 자세다. 굽은 등은 지난 세월의 고된 삶을 상징해 주고, 반듯한 등은 세상을 좀 더 바르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며 살았다는 증표일 것이다.
서안나 시인의 「등」은 자기 자신의 손으로는 등의 가려움을 긁을 수 없기 때문에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가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말한다. 세상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는 곳이 세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누군가는 칼을 만들어 음식을 자르게 만들고, 누군가는 책을 만들어 마음의 약식을 쌓게 하고,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어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이 모두가 우리들 삶의 등을 긁어주는 일들이다. 내 팔이 앞사람의 등을 긁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하지만, 내 몸을 긁는 일에는 삭은 막대보다도 못하다.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등 긁어주는 임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내 몸 긁어주는 임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의 나의 우주이고 바다이고 별빛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서안나 시인은 우리 삶의 배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등을 긁어주기 위해서 입도 없고 다리도 없고 팔도 없는 눈먼 내가 내 등 뒤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우리들 삶을 항상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