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마평과 물망

하마평과 물망

by 운영자 2019.12.05

“비건 대표는 그동안 러시아 대사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하마평이 올랐으나”
“승진 인사와 국장 보직 인사에 대해 많은 하마평이 오가고 있다.”
정계 개편이나 정부 요직의 개편 등이 있을 때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돈다. 이때 빠지지 않고 들리는 말이 ‘하마평’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 유래를 알지 못하면 뜻을 바로 알 수 없는 말이다.
조선 초 태종 13년에 종묘와 대궐 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는 표목을 세워 놓았다. 이 앞에 이르면 모든 사람들이 가마나 말에서 내려 걷도록 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게 했다. 이것을 ‘하마비(下馬碑)’라 불렀는데 이 하마비는 후에 왕이나 장수, 성현들의 출생지나 분묘 앞에도 세워졌다.
조선시대 주차장이라 불릴 만한 이 하마비들 주위에는 사람들이 들끓기 마련이었다. 특히 상전이 볼일을 보러 궁궐이나 관아에 들어가 있는 동안 가마꾼이나 마부들은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마련이었는데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정보들이 오가며 장차 관직에 오를 후보들에 관한 이런저런 인물평도 무성했다. 이것이 ‘하마평(下馬評)’이다. 즉 하마평은 관리의 이동이나 임명 등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지금까지 쓰이는 것이다.
‘하마평’을 순화한 말이 ‘물망(物望)’이다. ‘물망’은 여러 사람이 우러러보는 명망을 뜻하는 말로, ‘높은 직위의 인재를 뽑을 때 유력한 인물로 지목되거나 어떤 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대상으로 점쳐진다’는 뜻으로 ‘물망에 오르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는 선거 때마다 대통령 후보의 물망에 올랐다.”
“그 영화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으로 물망에 올랐다.”와 같이 쓰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