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름다운 세상
- 이동순-

아름다운 세상
- 이동순-

by 운영자 2019.09.03

이름도
생김새도 다른
참새 비둘기 갈매기들이 한데 어울려
모이 쪼는 광경을 봅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양식 나누는 그 모습이
너무도 어여쁩니다
오갈 데 없는 남루한 흑인 하나가
느긋한 표정으로
먹이 봉지 안고 서서
한 줌씩 천천히 뿌려줍니다
아, 우리가 진정 원하는 세상이란
바로 저런
조화가 아닐까요

이동순 시집『아름다운 순가』, 《문학사상사, 2002년》에서

작품설명
세상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러나 매일 같이 먹고 살려는 끝없는 싸움의 연속이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개인이나 국가나 모두 단 하나라도 더 많은 삶의 양식을 축적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동순 시인은 참새 비둘기 갈매기가 모여 먹이를 먹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도 항상 조화롭게 싸우지 않고 다투지 않고 시기하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새들을 보며 갖는다. 그러나 그 새들이 조화롭기 위해 새의 먹이를 들고 천천히 뿌려주는 흑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사람 세상에서는 그리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새의 먹이 하나를 사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그 마음만큼은 이미 그 흑인은 하느님이 되어 있고, 부처님이 되어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 해서 이처럼 스스로 새의 먹이를 주는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행복이란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 사람들이 아직도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새의 먹이를 주는 흑인이 참새나 갈매기 비둘기들에게 어떤 동정심이 있어 주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먹이를 먹고 모여드는 그 모습이 좋아 먹이를 주었을 것이다. 사람 세상에서도 굶주리지 않고 병들지 않게 서로가 아름다움을 나누는 마음이 넘쳐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