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부인, 영부인, 부인

어부인, 영부인, 부인

by 운영자 2019.07.30

‘어부인(御夫人)’이란 말의 뜻을 아는가?
“요즘 우리 어부인의 심기가 좋지 않아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 않은가?
‘어부인’은 일본말로 남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걸 뜻도 모르고 가져다 자기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쓰는 것이다. 누군가는 농담 삼아 쓰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꽤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잘못 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아내를 높여 부르는 것이 우리 예법에 맞지 않을뿐더러 우리말에 어울리지 않는 일본말이므로 어부인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일본말에는 앞에 ‘어(御)’가 붙은 말들이 있다. 일본인들은 ‘임금 御’를 단어 앞에 붙여 상대방에 대한 높임말로 쓰고 있다. 상대편 회사를 ‘御社’, 상대편 전화는 ‘御電話’, 그 외 ‘御飯, 御在, 御存’ 등이 있다.
‘어부인(御夫人)’도 그 가운데 하나로 상대방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우리말에도 ‘임금 어(御)’가 붙은 말들이 있다. 어명(御命), 어수(御手), 어의(御衣), 어사(御使)와 같이 임금에 관한 말들이다. 오늘날은 실생활에서 쓸 일이 없는 말들이다.)

우리말에서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은 ‘부인(夫人)’ 또는 ‘영부인(令夫人)’이 있다. ‘영부인’을 ‘領夫人’으로 생각하여 대통령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내는 모두 ‘영부인’이다. 대통령의 아내를 가리킬 때는 ‘대통령 영부인’이라 하면 된다.
상대방의 아내를 일컬을 때 ‘영부인’을 쓰기가 어색하면 그냥 ‘부인’이라 하면 된다. 품위 있게 상대방의 아내를 높이는 말이다. 친구 사이라면 ‘자네 안사람(안식구)’도 무난하다. ‘자네 마누라’라는 표현은 낮춤말로 들리니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미숙 독서논술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