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모이

말모이

by 운영자 2019.01.29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말모이’를 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정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고자 했던 우리말 사전과 그것을 위해 애쓴 사람들에 관한 영화이다.
‘말모이’란 말은 ‘말’과 ‘모다(모으다)’의 어간 ‘모’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붙은 말이다. ‘말(언어, 辭)을 모아 놓은 것’, 곧 ‘사전(辭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한일합방 후 우리 민족 문화를 지키기 위해 조직한 ‘조선광문회’에서 주시경을 비롯한 그의 제자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의 국어학자들이 1911년부터 우리말 조사를 시작해 사전 편찬을 위한 초기 원고까지 만들었으나 주시경 등의 사망으로 발간이 미루어지고 있었다.

조선어학회의 사전편찬회는 말모이의 원고를 받아 1929년부터 사전 편찬 작업에 들어갔고,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은밀하고도 대대적인 말모이 작전과 학자들의 연구를 거쳐 1942년 초고를 완성했다.

하지만 인쇄 직전, 우리 민족 정체성과 우리말의 말살에 혈안이 된 일제가 내란죄라는 거짓 명목으로 회원 서른세 명을 강제 구속하고 말모이 원고마저 빼앗아 갔다. 이것이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 몸 바쳐 만든 말모이가 빛을 잃는 허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광복 직후 말모이 원고가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말모이 원고를 그곳에 숨겨 놓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이리라. 이 원고를 바탕으로 드디어 1947년 ‘조선말 큰사전’ 1권을 만들어냈고, 조선어학회는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사전도 <큰사전>으로 이름을 바꾸어 1957년까지 6권을 모두 출판하였다.

이와 같은 실제 사건에 허구적 재미를 덧붙여 만든 영화가 ‘말모이’이다. 우리말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흘린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 가슴을 적시는 영화이다.
“언어를 잃으면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니, 영원히 독립을 이룰 수 없다.”고 하며 우리말 연구와 사전 편찬을 시작한 주시경 선생의 말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