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
고영서

사랑
고영서

by 운영자 2019.01.29

- 고영서 -

며칠째 목에 걸려 있는 가시
가만있으면
아무렇지 않다가도
침을 삼킬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
손가락을 넣으면
닿을 듯 말 듯
더 깊이 숨어버리는

잊는다 잊는다 하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견딜 만큼 아픈,
당신

고영서 시집 『기린 울음』, 《삶이 보이는 창, 2007년 발행》에서

작품설명

사랑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막연하다. 무엇이 사랑이라는 말일까? 이성 간의 관계, 가족 간의 관계, 이웃 간의 관계, 동료 사이의 관계, 등등 있겠지만, 사전적 의미로 사랑은 사람이나 사물을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 또는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을 사랑이라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헌신이나 희생으로 잘 못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나를 사랑한다면 왜 내게 고통을 주는가?라는 반문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고영서 시인은 사랑이라는 의미는 나에게 주어진 고통이 주어졌을 때 더 깊이 생각나게 해 준다고 말한다. 내 목구멍에 박혀 있는 가시처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리움이 없을 것이고, 고독이 없을 것이고, 아픔이 없을 것이고 외로움이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은 모두가 사랑했던 일로 그리움과 아픔, 고통, 외로움 같은 것이 가슴에 쌓인다. 꽃이 지지 않고는 열매가 맺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삶이라는 시간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사람, 나를 슬프게 했던 사람, 그 사람을 통해 자기 자신의 마음을 더 강하게 단련시키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귀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 하니, 내 목구멍에 가시로 박혀 있는 그 가시가 삭아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시가 주는 고통을 잊고 기다리는 시간이 없다면 사랑을 배우지 못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 없다는 말, 사랑과 사랑의 경계를 넘어 헌신과 희생을 더한 모든 부모들의 마음의 상징이다. 나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아픔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에서 당신이라 함은 내 목에 박혀있는 가시처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