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의신탁과 소멸시효

명의신탁과 소멸시효

by 운영자 2019.01.24

과거에는 땅을 살 때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명의신탁한 땅을 찾아오는 것도 쉬웠다. 땅을 살 때 내가 돈을 주고 샀다는 증거가 있으면 언제든지 내 이름으로 바꿀 수 있었다.
판사로 일할 때 직접 관여하였던 재판 중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남편이 군인일 때 패러글라이딩에 미쳐 지내다가 추락사고로 사망한 처가 있었다. 남편은 자신의 월급을 모아서 원주에 아파트를 어머니 이름으로 사서 어머니가 살도록 했다. 그런데 남편이 사망하자 시어머니는 남편이 살았을 때보다 더 며느리를 구박하였고 남편이 죽은 것도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그렇다고 험담까지 했다. 며느리는 법원에 시어머니를 상대로 명의신탁 재산을 반환과 아파트 명도를 청구하였다. 어머니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집을 나갈 수 없다고 버텼다. 나는 조정을 하려고 양 쪽을 불렀지만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의 조정과 몇 시간의 대화 끝에 시간을 두고 아파트를 팔아서 일부 금액을 시어머니에게 주는 것으로 화해하고 재판은 끝이 났다. 나중에 대구에서 어머니의 재판을 가슴 조이면서 할머니의 심술로 고통 받았던 손녀딸의 편지가 왔다. 어머니는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인데 할머니가 너무나 시집살이를 시키고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시어머니를 상대로 재판한 것을 이해해 달라는 것과 자신이 속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꼭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부동산실명제법에 의하면 명의신탁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 종중과 부부 사이의 명의신탁은 예외로 인정된다. 무효인 명의신탁이 밝혀질 경우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을 물게 되었다.
법원은 예규를 통해서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판결이 내려지면 2주 안에 국세청과 시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의 제정취지인 부동산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위와 같은 예규를 제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