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책, 다시 채석강
바다책, 다시 채석강
by 운영자 2018.12.17
문인수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책(冊),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문인수 시집 『쉬!』, 《문학동네, 2006년 발행》에서
[작품설명]
처음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보았을 때의 감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산골 마을에서 동네 저수지 물만 바라보다가 밀려오고 밀려오는 파도에 매료되어 몇 시간을 파도만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문인수 시인의 시 「바다책, 다시 채석강」을 읽으면서 어릴 적 추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바다가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책장처럼 넘겨지는 모습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항상 같은 말의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파도의 소리가 들려온다.
문인수 시인도 변산반도 채석강 바닷가에서 일박을 하며 잠이 오지 않는 밤, 민박집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밤새 들었을 것이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낯선 여행지의 밤을 뒤척이게 했을 것이다. 바닷가에 살지 않은 사람은 파도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들으며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을 가득 가슴에 그려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듣는 파도 소리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려왔을 것이다. 그 낯섦의 발자국이 익숙할 때쯤, 새벽이 찾아온다. 우리들 삶의 모습도 날마다 그 낯섦을 익히는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책(冊),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문인수 시집 『쉬!』, 《문학동네, 2006년 발행》에서
[작품설명]
처음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보았을 때의 감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산골 마을에서 동네 저수지 물만 바라보다가 밀려오고 밀려오는 파도에 매료되어 몇 시간을 파도만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문인수 시인의 시 「바다책, 다시 채석강」을 읽으면서 어릴 적 추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바다가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책장처럼 넘겨지는 모습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항상 같은 말의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파도의 소리가 들려온다.
문인수 시인도 변산반도 채석강 바닷가에서 일박을 하며 잠이 오지 않는 밤, 민박집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밤새 들었을 것이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낯선 여행지의 밤을 뒤척이게 했을 것이다. 바닷가에 살지 않은 사람은 파도 소리에 익숙하지 않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들으며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을 가득 가슴에 그려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듣는 파도 소리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려왔을 것이다. 그 낯섦의 발자국이 익숙할 때쯤, 새벽이 찾아온다. 우리들 삶의 모습도 날마다 그 낯섦을 익히는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