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박한 의문

소박한 의문

by 운영자 2018.10.05


- 박재삼-

소학생의 연필 데쌍력은
아직도
하늘의 해와 달을
하나같이 둥글게만 그리고,
별에 와서는
다섯각으로 모가 난
형용으로만 그리는데,
이것이 과연
어디까지가 맞는 건지
어쩔까나,
섭섭하게도
물어볼 데가 없음이여!

박재삼 시집 『사랑이여』, 《실천문학사, 1987년 발행》에서

작품설명
박재삼 시인의 시 「」은 많은 사람이 갖는 공통적인 궁금증이다. 왜 해와 달은 모두 둥글게 그리는데 별을 그릴 때는 다섯 각으로 그리는지? 별도 해와 달처럼 둥글게 생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다섯 각으로 빛이 분산된 모습을 그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각인된 인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돌은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에도 수많은 종류의 돌이 있다. 석회석 같은 돌은 물에 잘 녹고, 차돌 같은 것은 단단하지만 모난 정으로 내리치면 금이 잘 간다.

아이들의 눈은 마음으로 보이는 상상의 모습을 잘 그린다. 때문에 귀로 들리는 소리를 그림으로 나타내기도 하고, 세상에 없는 상상의 동물들을 그리기도 한다. 그러한 의 출발이 아이들의 꿈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때문에 박재삼 시인은 이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왜 그렇게 그려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은 때로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더 빛날 때가 있다. 진실만 강요하는 꿈은 꿈이 될 수 없다. 다섯 각의 별을 그리고, 다섯 각의 마음을 옮기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무궁하게 빛나는 꿈의 빛이 묻어 있다. 때문에 이 소박한 꿈의 빛을 향해 박재삼 시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끽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