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함석열-좋은사람되기위한인성이야기

내 생애에 웬수같은 놈은 빨리 잊어라

내 생애에 웬수같은 놈은 빨리 잊어라

by 운영자 2018.07.03

나의 원수는 내게 15년 전 1억5,000만원을 떼어먹고 도망간 친구였다. 그 친구는 2천만원만 있으면 매월 100만원씩 수익금 배분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절친한 사이였고 집안도 넉넉한 친구였기에 사기를 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돈에 약간의 빚까지 보태 과감히 배팅을 했다.

한 달이 지나 수익금 배분 날이 되자 친구는 말을 바꿨다. 수익이 분기에 한 번씩 정산되기 때문에3개월 치를 한꺼번에 몰아주겠다고 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지만, 나는 그대로 믿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다시 3개월이 지나자 친구는 또다시 말을 바꿨다. 더 좋은 투자처가 생겨 부랴부랴수익금을 재투자 했으며 급하게 이루어진 일이라 미리 말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장기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에 한 1년쯤 기다리면 3억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 순간 ‘아차.’싶은 직감이 몰려 왔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하여 수익은 그만 됐으니 원금만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연락이 안 되더니 급기야 중국으로 도망갔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이후 몇 날 며칠을 먹지도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당장 쫓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소재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몸이 심하게 상해가던 어느 날 문득 더는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 끝까지쫓아가서 돈을 받아 내겠다는 분함이 나 자신의 몸과 마음만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수 같은 놈을 가슴속에서 지우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만 흘리기보다는 원한이 담긴 원수라는 이름의 가슴 속 돌덩어리를버리면 그동안 원망과 분함에 멀었던 눈이 떠지며 다양한 면면을 살필 수 있는 객관성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다양하게 인식하게 되면 자연히 자신에게 더하기가 되는 쪽을 바라보게 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앞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