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함석열-좋은사람되기위한인성이야기

가정법을 많이 쓰지 말자

가정법을 많이 쓰지 말자

by 운영자 2018.06.05

‘만약’은 아주 어린 아이인 때부터 생기기 시작해 세월이 흐를수록 하나둘 늘어간다.
만약의 시작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재벌이었다면’‘만약 내가 천재였다면’‘만약 내얼굴이 더 잘생겼더라면’ 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나이를 먹으면 만약은 선택의 아쉬움에 따라붙는다.

‘만약 그때 짝사랑했던여자에게 고백을 했더라면’‘만약 고 3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었다면’ 등이 사춘기 혹은 청년 시절에 자리 잡는다. 가정을 꾸린다음의 만약은 주로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어떤 사람은 IMF 외환위기 당시 집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집을 사두지 않은 걸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한다.
‘지금이 집을 살 때’라는 권유를 받았음에도, 얼마간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에 그만 포기했던 것이다.

그 뒤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 당연하다. 나이가 마흔쯤 되면 가슴속에 쌓인 만약이 무척 많아진다. 어느새 ‘만약’의 존재는 매우 익숙해져 그것이 나를 갑갑하게 하는 굴레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아무리 최선책을 찾아도 결국 ‘만약’을 입에 달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만약’은 공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 절대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회상하고 후회해도 과거의 아쉬움은 가슴속무거운 돌덩어리가 될 뿐이다. 만약은 단지 현재의 내 모습을 위로하거나 한탄하기 위해 비교 대상을 끄집어낸 것에 불과하다. ‘만일 그때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갔더라면….’이라는 생각 자체가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에 공부를안 한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만약을 지우고 마음을 가볍게 해야 다가올 인생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동안 ‘만약’이 가리고 있던, 내 앞에 놓인 현실의 처음과 끝을 그제야 바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는 것에서부터 나의 삶이 진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