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고 부드러운 얼큰한 순두부
구수하고 부드러운 얼큰한 순두부
by 운영자 2011.11.08

나는 사실 두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지만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니
두부만큼 손쉽게 반찬으로 만들 재료가 흔치 않다는 사실에
마트에 가면 두부를 곧잘 사온다. 찌개에도 넣어 먹고 구워도 먹고
초장에도 찍어 먹고 만들기 쉽고 먹기 쉽고 부담 없는 식재료임이 틀림없다.
두부는 높은 영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꾸준히 우리네 밥상에 오른다.
두부는 지금부터 약 2천 년 전 한나라의 류안이 회남왕으로 있을 때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문헌에는 고려 말기의 성리학자 이색의 ‘목은집’의 ‘대사구두부내향’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물국 오래 먹어 맛을 못 느껴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네 이 없는 사람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두부의 전래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 말기 경 문헌에 등장하고 두부의 기원이 중국임이 확실하므로 가장 교류가 많던 고려 말기에 원으로부터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짐작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의 두부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중국과 일본에서 그 기술을 전수해 갔다고 전해진다.
두부는 만드는 과정 중 가열시간과 응고제, 굳히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두부를 짤 때 무명 자루에 남은 찌꺼기가 비지이고 굳히기 전의 두부인 순두부, 베에 싸서 굳힌 베두부, 콩물을 무명 자루에 넣어 짜서 굳힌 무명두부 등의 일반 두부가 있다. 일반 두부와 순두부의 중간 굳기의 연두부는 팩에 콩즙과 응고제를 넣고 그대로 가열해 살균과 동시에 굳힌 것이다. 유부는 딱딱하게 굳힌 일반 두부를 얇게 저며 속까지 기름에 튀겨 낸 것이다.
순두부와 어울리는 재료
콩물이 응고되었을 때 물기를 빼지 않고 먹는 두부인 순두부.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콩의 단백질이 몽글몽글하게 응고됐을 때 압착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을 순두부로 보면 된다.
순두부는 영양소가 풍부한 콩으로 만들면서도 압착하지 않고 그대로 먹기 때문에 질감이 부드러워 소화하기 쉬운 영양식품이다.
일반두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네모진 두부를 말한다. 두부는 콩물에 응고제를 넣어 단백질을 굳힌 것인데 이때 콩물 속에 들어 있는 콩의 기름이 거의 단백질에 쌓여 함께 응고된다. 그러므로 두부는 단백질 외에 지방도 풍부하다.
두부 속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한 질이 좋은 것으로, 소화흡수율도 매우 높다.
밭의 고기라고 하는 콩을 원료로 한 두부는 예로부터 한국 국민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이용됐으며 그 조리방법도 100여 종이 넘는다.
토요일 점심시간 개운동 현대아파트 입구 쪽에 자리한 수가성 순두부(761-1540).
순두부찌개에 들어간 속재료가 다양하다. 차림표에 적혀 있는 그대로 옮겨보자면 ‘해물, 섞어, 조개, 굴, 만두, 김치, 소고기, 버섯, 곱창, 돼지고기, 올갱이’ 등 무엇을 고를지 고민이 된다면 그냥 ‘섞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맵게 먹을 것인지 더 맵게 먹을 것인지, 보통으로 먹을 것인지도 주문 할 때 알려줘야 한다.
밑반찬은 주로 김치와 오이무침, 진미채, 조개젓 등 간단하고 소박하지만 맛이 좋다. 밥도 돌솥밥으로 나와 따뜻한 물을 부어 숭늉도 먹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먹을 때는 주로 소고기 보통으로 먹었는데 이날은 ‘섞어 보통매운맛’으로 주문했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손님이 많은 이유를 짐작게 해준다.
순두부를 먹으며 ‘과연 순두부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찌개가 짜거나 매울 때 순두부를 으깨 함께 먹으면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주고, 계란 옷을 살짝 입혀 기름에 부쳐내면 고소한 두부부침이 되고 김치랑 보글보글, 조개 등을 넣어 시원하게 먹을 수도 있고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아 두부를 예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