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무더위에 잃은 입맛 찾아주는 막국수

무더위에 잃은 입맛 찾아주는 막국수

by 운영자 2011.07.26

“구수한 메밀 면 양념에 쓱쓱, 시원한 육수로 마무리”

10여 년 전, 춘천에서 대학을 다닐 때 친구들과 자주 찾았던 메뉴는 닭갈비. 입학생 시절에는 하루가 멀다고 닭갈비를 먹었던 것 같다. 춘천 명동, 강대 후문 공지천 등 닭갈비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지천으로 널렸고 닭갈비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막국수 역시 그때 처음 맛보았던 것 같다. 그 당시는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새콤달콤한 것이 내 입맛에 꼭 맞아 막국수도 많이 먹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이지만 막국수는 무더운 여름이면 맛있는 집으로 소문난 집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인기를 자랑한다.
시원한 육수에 구수한 메밀 향을 풍기는 막국수는 소식하는 사람들도 한 그릇 ‘뚝딱’ 비우기 쉽다. 몇 젓가락 움직이면 금세 한 그릇이 싹 비워지는 양이 작은 집부터 배 두둑하게 한 그릇 푸짐하게 담아주는 집까지, 알록달록 어여쁜 고명으로 장식한 막국수부터 순박하게 깻가루를 하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막국수까지 그 모양과 맛이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집이나 새콤한 절임 무는 필수. 메밀의 독성을 무가 중화시켜주는 이유도 있고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식감 때문인 것도 같다. 면만 있으면 다소 심심한 듯한데 무가 있으면 아삭아삭 씹는 맛도 좋기 때문에 ‘무’는 필수이다.

맛만 좋다고? “몸에도 좋데요”

막국수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옛날부터 편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이 먹었다는 의미에서 ‘막’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요즘은 대개 메밀가루에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만들고 있지만 원래 막국수는 순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 틀로 뽑아낸 면을 금방 삶아내어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거나 양념에 비벼 먹는 국수였다.
막국수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암, 위장병,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이며, 여성피부에 좋은 미용 식품으로 손꼽힌다. 막국수의 주원료인 메밀은 기온이 차고 높은 지역 대에서 수확한 것이 맛이 좋다.

푸짐하고 맛있는 ‘덕곡막국수’

오늘의 끼니를 해결해준 곳은 봉산동 삼광택지에 있는 덕곡막국수(746-9139).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다소 싱거운 듯하지만, 오히려 감칠맛이 느껴지고 개운함까지 맛볼 수 있다. 비빔으로 할 것인지 물로 할 것인지 고민할 새 없이 그냥 ‘막국수’를 주문하면 양념장이 얹어진 막국수와 시원한 사골육수가 나온다. 비빔막국수처럼 요리조리 비벼 먹다 육수를 부어 물막국수처럼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으면 된다.
막국수에 얹어 나온 양념장은 천연재료로 만들었는지 자극적이지 않고 새콤한 무김치와 시원하고 감칠맛이 좋은 백김치가 그야말로 ‘백미’이다. 시원한 막국수와 함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편육은 부드럽다. 이곳은 그릇도 조금 크고 깊다. 주방장의 인심이 좋은 것 인지 손이 큰 것 인지 양도 많다. 편육과 함께 맛있게 먹다 보면 조금 남기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때도 있다. 일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여 손님들이 많지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이와 함께 가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작은 그릇에 양념장을 뺀 막국수를 덤으로 주는 센스도 고맙고 마음에 쏙 든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