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입안에 내리는 단비 단술

입안에 내리는 단비 단술

by 운영자 2011.06.16

“ 외관으로도 미술학적이고, 그 맑고 담백한 맛은 중국의 일등 품질의 차라도 과연 우리의 식혜만은 못할 줄로 생각한다. 식혜를 늘 먹으면 소화가 잘되며, 체증이 없어지고, 혈액을 잘 순환시키고, 마음의 상쾌한 기분이 자연히 생기는 음식이다. ”

홍선균 <조선요리학> 중
단술에 대한 첫 문헌기록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가정백과〈규합총서〉(1809년)에서 그 만드는 비법이 소개된다. 엿기름과 식혜밥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다.
“좋은 쌀을 옥같이 씻어 시루에 찌되 잘 익히고 솥뚜껑은 시루 위에 안쳐놓고 숯불을 많이 담아 위까지 고르게 익혀 항아리에 넣고, 엿기름가루를 더운물에 담고 한참 만에 체에 맑은 물을 받아 그 물을 밥에 잠길만큼 넣고 종이로 봉하여 온돌에 두되, 가령 초저녁에 두면 새벽 2시경에 내어놓아 익히고 또 대추 밤 백자 배 등을 넣으면 맛이 산뜻하고 감칠맛이 있다.”

단술, 감주, 식혜...
단술은 이름이 많다. 감주라고도 하고 상품화 된 이름에는 ‘식혜’라는 이름이 쓰인다. 식혜 단술 감주 다 같은 말인 셈.
더운 여름 갈증에 살얼음 살짝 언 단술 한사발 들이키면 금방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다.
식혜의 깊은 단 맛도 좋고 입안에 단맛과 함께 남은 촉촉한 밥알도 좋다. 입안의 밥알을 으깨듯이 꼭꼭 씹으면 금세 또 식혜 한모금이 그리워진다.
단술은 이름만 놓고 보면 전통주로 오해할만하다. 전문가들은 밥알을 띄워먹으면 식혜, 밥알을 건져내고 물만 먹으면 감주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식혜의 주원료인 엿기름에는 소화를 촉진하는 아밀라아제가 풍부하다. 이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과식을 했을 때 반드시 후식으로 식혜를 즐겨 먹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할 때 식혜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또한 식혜는 모유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젖을 끊을 때에도 유용하다.
특히 식혜는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텁텁하던 입 안이 개운해진다. 갈증이 날 때도 물이나 청량음료 대신 식혜를 마시면 칼칼하던 목이 트이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또 설날 떡국등 세찬으로 과식하기 십상인데 식혜를 한사발 들이키면 소화가 잘되고 더부룩하던 뱃속도 편안해졌다.
한편 ‘사상의학’에서는 소화력이 약하거나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 식혜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도록 권하고 있다. 또 열이 많은 소양인이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도 식혜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식혜의 주원료인 엿기름은 소화를 돕는 성분이 있어 소화불량, 식욕부진,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기 때문이다.

식혜 레시피* 체에 친 고운 엿기름 가루를 따뜻한 물에 두었다가 손으로 주무르며 체어 걸러 가라 앉힌다. 앙금이 가라앉으면 맑은 웃물을 따라내 엿기름 물을 준비한다.
* 멥쌀로 고들한 밥을 지어 보온밥통의 보온 상태에 담고 가라앉힌 엿기름의 웃물을 고운 체에 걸러 붓고 설탕을 넣어 삭힌다.
* 4-5 시간정도 흐른 뒤 밥알이 4~5개 정도 뜨면 찜통으로 옮겨 물을 더 따르고 취향에 맞게 설탕을 넣은 다음1시간 가량 끊인다.
* 밥알이 뜨면 밥풀을 손가락으로 비벼보아 풀기가 없이 돌돌 말리면 삭은 것이므로 주걱으로 살짝 저은 후 식혜밥으로 쓸 만큼만 건진다. 찬물에 충분히 헹궈 물에 담가 두었다 단맛이 완전히 없어지면 물기를 뺀다
* 낼 때는 식혜밥을 그릇에 뜨고 찬물에 담가 물기를 뺀 밥알을 띄운 뒤 잣과 대추를 띄운다.

Tip
1. 식혜물의 당도가 낮으면 밥알이 뜨지 않는다.
2. 밥알이 뜨면 식혜 밥을 건져 찬물(깨끗이 헹군 물)에 담가 단맛을 없앤 뒤 건져내 먹을 때 띄우는게 좋다.
3. 설탕은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