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기차 플랫폼에서 우동 먹었던 기억

기차 플랫폼에서 우동 먹었던 기억

by 운영자 2019.12.05

기차를 타본 지도 오래된 거 같다. 요즘이야 ‘기차’라는 이름보다 ‘KTX’가 더 익숙한 이름이 됐지만, 옛날 사람으로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비둘기호, 무궁화호, 통일호, 새마을호 등등의 이름이 붙었다. 기차의 색도 다르고 서는 역도 조금씩 차이가 났고 걸리는 시간도 달랐다. 통일호, 비둘기호 등은 이제는 운행을 멈춰 더이상 들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기차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들이 있다. 기차 좁은 객실 통로에서 카트를 밀고 가는 승무원을 잡고 사먹었던 달걀, 잠깐의 정차 시간에 입천장까질 만큼 뜨거운 국물을 서둘러 먹었던 우동 등. 쉽게 잊을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음식이다.
아마 기차 플랫폼에서 잠깐 내려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다시 그 기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옛날엔 그랬다.
정말로 국물이 끝내줬던 우동. 따끈하고 달달하면서 짭조름하고 감칠맛 나는 그 맛에 입안이 데는지도 모르고 국물을 술술 넘겼다. 쫄깃한 면발과 국물에 살짝 담가 데워 먹었던 단무지와 쑥갓 등.
역전우동이라는 단어가 요즘도 남았을 정도로 기차역 주변엔 기계식 우동가게 맛집이 있었다.
원주역 주변에도 우동가게가 있다. 늦은 저녁 갑자기 찾아간 곳은 원주기계우동집으로 우동과 김밥, 돈가스, 짜장면 등의 메뉴가 준비돼 있다. 그냥 옛날 우동, 옛날 짜장 맛이다.
오픈시간이 오후 5시로 다음날 새벽까지 문을 여는 듯하다. 늦은밤 야식이 생각날 때 찾으면 좋을 거 같다.
쑥갓이 올라간 우동이 나오면 고춧가루와 후추를 살짝 뿌린 뒤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느껴진다. 함께 주문한 김밥은 계란을 듬뿍 넣어 특색있고 좋았다. 돈가스도 돈가스 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냈다.
어렴풋이 옛날 기차 플랫폼에서 급하게 먹던 그 가락국수 맛이 슬쩍 느껴지는 것도 같다.
늦은밤 많은 손님이 혼자 와서 우동 한 그릇 뚝딱 먹고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우동 한그릇을 비우고 기차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날은 추웠지만 속은 따뜻하고 든든했다.
김경주 기자 wjkcr.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