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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아랫목에서 아랫목만큼 뜨끈한 백숙을!

뜨끈한 아랫목에서 아랫목만큼 뜨끈한 백숙을!

by 운영자 2017.11.02

뜨~~끈한 아랫목에서
아랫목만큼
뜨끈한 백숙을!

가을 캠핑이 그렇게 운치가 있다던데….
하지만 호흡기가 약하디약한 우리 가족에게 추운 날 야외 취침은 엄두가 안 난다. 여름 캠핑에서도 새벽녘이면 비염으로 인해 콧물을 훌쩍이게 되는데 그보다 기온이 낮은 가을이면 분명 콧물에 재채기로 한동안 고생할 것이 뻔하다. 긴 시간 캠핑을 하지는 못하지만 캠핑장 주변을 산책 삼아 걸어볼 수는 있는 법. 가을을 맞아 산책길에 나섰다.

금대리 계곡 주변에는 많은 식당이 있고 그 위로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한여름에는 예약하기가 어려워 매번 순서를 놓치곤 했던 장소다.
산책하기 앞서 우선 배를 채울 생각으로 한여름 자주 갔던 식당으로 갔다. 지난여름에는 닭볶음탕을 먹으러 왔지만 오늘은 여름에 못 먹었던 닭백숙을 먹기로 했다.

계곡 근처에 위치한 곳이라 여름이면 북적이지만 가을에는 조금 한가한 듯했다. 식당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어 주변의 방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바닥장판이 새카맣게 탔을 정도로 뜨거운 방을 자랑하는 곳이다. 조용히 기차 지나는 소리도 들리는 것이 분위기가 좋다.
기본 반찬은 토속적인 것들 위주로 계절별로 조금씩 바뀐다.
시골 맛 가득한 꾸밈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흑미토종백숙을 주문했다.
어느 정도 익혀 나오지만 테이블 위에서 한 번 더 끓인 뒤 고기를 건져내 살코기를 뜯었다. 가슴살까지도 부드럽고 쫄깃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백숙을 주문하면 흑미를 섞은 찰밥을 준다.그 밥이 또 기가 막힌다. 국물에 찰밥을 넣고 끓여 죽처럼 먹으면 된다. 사실 닭고기보다 찹쌀죽을 더 많이, 맛있게 먹은 듯했다. 식사를 다 하면 방금 구워낸 호떡을 서비스로 준다. 여름에는 없었던 서비스다.

아이들은 호떡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정말 웬만한 호떡집보다 맛이 좋았다.
식당을 나서며 작은 아이는 다음에 “호떡 먹으러 또 오자”고 할 정도였다. 뜨끈한 방에서 뜨끈한 식사를 해서인지 갑자기 찾아온 가을의 서늘함이 더 춥게 느껴졌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