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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별, 맛있는 위로

슬픈 이별, 맛있는 위로

by 운영자 2015.12.18

2003년 어느 날. 취재차 들른 감자탕집에서 꼬질꼬질한 1년생 수컷 강아지를 한 마리 얻었다. 아주 이쁜 시추인데 관리를 못 해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다롱’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는 오랫동안 씻기지 않아 더럽고 털은 서러 엉겨있었으며 이쁜 모습은 전혀 없었다.
무작정 다롱이를 안고 집으로 왔다. 엄마 아빠의 꾸짖음을 뒤로하고 언니는 다롱이를 씻겼다. 회색빛 냄새나던 다롱이는 하얗고 예쁜 강아지로 변신했고, 언니가 다롱이의 엄마가 되어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언니의 핸드폰에는 항상 본인 이름을 다롱엄마로 해두었다. 다롱이를 안고 나가면 꼭 한 번씩 더 보게 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다. 사료는 먹지 않고 소시지를 주로 먹어 우리집 아이들과 조카는 ‘소시지는 다롱이 밥’으로 여길 정도였다.
다롱이는 그렇게 나이 들어갔다.
어느날 다롱이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 데려간다고. 며칠 먹지 못해 안 그래도 작은 녀석이 살이 많이 빠졌을 정도다. 설마 설마 하던 일이 벌어졌다.
병원에 입원했던 다롱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1살 때 우리 집에 왔으니 13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위에 조금 문제가 있었을 뿐 아주 건강했다고 했다. 언니가 알뜰살뜰 보살폈으니 사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 위로했다.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다롱이를 묻어준 엄마 아빠의 마음도 슬펐다고. 다롱이를 집으로 데려온 내 마음도 슬펐다. 하지만 언니보다는 아니었을 것이다.
언니는 전화로 “다롱이 얘기는 하지 말자”라고 했다. 언니에게 통닭 한 마리를 사 갔다. 요즘 원주에서 가장 핫한 진미통닭이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한 집 통닭이다. 우리는 방송 얘기로 다롱이를 잃은 슬픔을 잠시 감췄다.
아직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반겨줬던 다롱이가 생각난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가족 모두 다짐했다.
지난주 방송이 나간 후 진미통닭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방송 영향력이 대단한 듯하다. 진미통닭을 꼭 먹고 싶다면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여유 있게 맛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