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사장님이 보내주신 오메기떡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사장님이 보내주신 오메기떡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by 운영자 2015.05.08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은 19금 토크쇼다. 20~30대 청춘남녀의 연애와 성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했다. 가 그중 대표적이다. 마녀사냥이 유행시킨 최고의 말이자 상징적인 단어 ‘그린라이트’.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연애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하면 4명의 MC는 자신들의 앞에 있는 초록색 불빛이 켜지는 네모 박스의 버튼을 누른다. 이것이 그린라이트다. 즉 연애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어느새 그린라이트를 켜고 끄며 공감하며 시청하고 있다.
지난해 이 방송에서 오메기떡이 등장했다. 처음 들어보는 떡이었다. 제주도 특산품의 하나인 오메기떡이 등장한 사연은 이렇다. 회사 동료가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온 후 다른 이들에게는 초콜릿을 선물했지만 사연을 보낸 주인공에게는 오메기떡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린라이트인지를 물었다. MC 대부분이 오메기떡을 몰라 그린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이후 MC들은 스튜디오에서 오메기떡을 맛봤고 그 순간 자신들의 그린라이트를 서둘러 켰다. 이후 오메기떡 선물은 그린라이트의 신호처럼 여겨졌다.
오메기란 좁쌀의 뜻을 가진 제주도 말로 오메기 술을 만들고 남은 재료로 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투박한 모양의 정감 어린 맛으로 요즘 제주도 여행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우리 사장님께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셨다. 여행지에서 택배로 직원들에게 오메기떡을 보내주셨다. 넉넉하게 푸짐하게. ‘오메기떡=그린라이트’ 사연을 알고 있는 나는 ‘풋~’ 웃음이 났다. 아이스박스에 배송된 오메기떡을 실온에 꺼내두니 이내 말랑말랑 먹기 좋은 상태가 됐다. 처음 맛본 오메기떡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맛’이었다. 팥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 떡이다. 실한 통팥을 뒤집어쓴 떡은 찹쌀과 쑥을 섞어 반죽했고 안에는 달지 않고 맛이 좋은 팥소를 듬뿍 넣었다.
사장님이 마녀사냥을 보셨는지는 모르나 맛있는 떡을 보고 직원들을 생각해 제주도에서 직접 보내신 떡을 나눠 먹으며 우리 마음속에도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사장님이 보내주신 오메기떡, “이거 그린라이트 맞죠?”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