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낯선 집, 낯선 음식을 향한 도전 의식을 길러봐야겠다”

“낯선 집, 낯선 음식을 향한 도전 의식을 길러봐야겠다”

by 운영자 2015.04.27

사실 나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거나, 새로운 식당을 찾아가는 것을 썩 즐기지 않는다. 이미 검증받은 맛집이거나, 자주 다녀 익숙한 단골집을 주로 찾는다.
지난 주말 동생네 가족과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메뉴 선택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뭘 먹을까?’라는 질문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제부가 동생에게 말한다. “우리 거기 가볼까? 학성동 주민센터 근처 화교가 한다는 그 중국집 말이야.” 동생은 매몰차게 “NO”를 외친다. 이유는 한 번도 안 가봤고 위치상으로 맛집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부는 우연히 들른 중국집에서 의외의 ‘맛’을 봤다며 슬쩍 고집을 부렸다. 나는 “그래 한번 가보자. 맛없으면 다신 안 가면 되잖아^^” 동생을 설득해 중앙동 차이린으로 향했다.
식당은 조용했다. 아이와 어른까지 8명의 인원이 앉을만한 공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안쪽으로 따로 마련된 홀이 있어 넉넉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실제 음식을 찍어 만든 메뉴판은 정겨웠고 뭘 먹을지 짧은 고민 후 아이들을 위해 쟁반짜장, 볶음밥을 시키고 다 같이 먹을 탕수육도 주문했다. 또 순전히 이름에 끌려 통오징어 짬뽕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싹싹하게 손님을 맞았다. 아이들이 먹을 거니까 맵지 않게 해드리면 되죠? 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센스까지.
모두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드디어 등장한 탕수육. 고기는 작고 튀김옷만 두꺼웠던 그저 그런 탕수육일 것이란 우려는 이 집 탕수육을 한입 베어 물자 바싹한 튀김옷과 두툼한 고기로 인해 기대로 바뀌었다. 달지 않은 탕수육 소스도 마음에 들었다. 고기도 부드러워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일단 탕수육은 합격점. 이 식당을 추천한 제부의 표정이 밝아졌다. 뒤이어 등장한 볶음밥. 사실 나는 중국집 볶음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게 중국집 볶음밥은 기름이 좔좔 흐르는 느끼한 밥이란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볶음밥을 짜장 소스에 비비며 살짝 맛을 봤다. 웬걸 담백하다. 고소하다. 맛있다. 의외의 반응에 아이들을 위해 주문했던 볶음밥이 어른들의 한 숟갈 동냥에 동났다. 결국 볶음밥을 추가 주문했다.
오징어 한 마리가 올라앉은 짬뽕은 매콤하고 요즘처럼 세련된 맛이 아닌 어렸을 적 먹었던 추억의 맛이라고 할까. 차이니즈 레스토랑에 길들어서 인지 다소 맛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쟁반 짜장도 해물이 푸짐해 골라 먹을 것도 많고 전반적으로 음식이 좋았다.
이제는 안 가본 집을 우선순위로 두고 뭘 먹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겠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