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선(先) 찰칵 후(後) 냠냠‘

‘선(先) 찰칵 후(後) 냠냠‘

by 운영자 2015.04.21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반드시 인증샷부터
지난주말, 스마트폰 속 사진 1천여 장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자주 멈추고 어플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아 서비스를 맡겼는데, 초기화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 복구를 맡겼지만 복구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난 1년 동안의 내 기록이 온전히 복구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게재하는 ‘끼니’ 기사를 위해서도 그렇고 블로그에도 남기려다 보니 음식을 먹기 전 인증사진은 필수다. 그 사진이 모두 사라졌다. 그중에는 이미 실린 것도 있고 앞으로 실어야할 것도 많다. ’백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난 화요일이 시어머님 생신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흥업에 자리한 신토불이에서 오리고기 정식을 먹었다. 5살 막내부터 예순넷 시어머니까지 모두가 만족할 만한 메뉴가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선택한 것같다.
식당에서는 요즘 한창이라는 미나리를 쌈채소와 함께 내줬다. ‘미나리’ 하나에도 가족들은 옛 추억이 끊임없이 나왔다. 어렸을 적 강둑에서 미나리를 끊어 할머니에게 주었던 일부터 미나리의 효용까지. 이야기는 끝이 없다.
우리집 큰 아이는 작은집 형아를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오리고기를 먹었고, 둘째 녀석은 최근 맛 들린 상추쌈 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천여 장의 사진을 날린 나는 어머님을 비롯해 고모부와 고모님이 바로 곁에 계셨지만 직업정신(?)을 발휘해 슬쩍 인증사진을 찍었다.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에는 되도록 음식 인증샷을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눈치껏 사진을 찍고 곧 먹방의 세계로 빠졌다.
매번 북적북적하던 식당은 웬일인지 한산했다. 그래서인지 서빙을 봐주시는 분이 한결 더 자주 찾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음식이 부족할 틈을 주지 않았다. 물김치가 맛있다며 꼭 먹어보라고 권했다. 역시나 새콤달콤 맛이 좋았다.
생오리구이와 훈제오리, 주물럭까지 오리고기를 먹고, 꽃게장과 소시지샐러드, 삼백탕과 냉면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오늘 만찬의 대미는 아이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 팥빙수. 오랜만에 먹어본 팥빙수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가족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앞으로는 스마트폰 속 사진이나 동영상 등 중요한 파일은 꼭 컴퓨터에 백업을 받아둬야 하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