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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살면 뭐가 되든 중요하지 않단다”

“행복한 삶을 살면 뭐가 되든 중요하지 않단다”

by 운영자 2015.04.03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둘째가 입학한 지 꼭 한 달째. 입학식 다음 날은 급식이 정말 맛있었다며 학교가 좋다고 했다. 둘째 날도 급식 반찬을 더 달라고 했더니 더 줬다고 학교가 좋다고 했다.
셋째 날은 급식을 먹으러 갔다가 사촌 여동생을 만나서 반가웠다고 학교가 좋다고 했다. 학교생활은 기승전 ‘급식’으로 모든 대화가 흘렀다.
첫째 주는 그렇게 맛있는 급식을 주는 학교가 마냥 좋았다. 둘째 주는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하지 말아 야하는 것이 명확해졌다. 복도에서 뛰면 안된다. 교실에서도 뛰면 안된다. 다른 반 교실에
서도 뛰면 안된다. 가만가만 조용조용 걷는 것이 힘든 둘째 아이는 쉬는 시간, 급식 후 눈치껏 뛰어다닌 모양이다.
셋째 주는 방과후 교실이 시작됐다. 워킹맘인 관계로 아이가 한 시간이라도 더 학교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자속독이라는 과목 하나를 신청했다.
아이는 원치 않은 수업이었지만 화요일, 목요일 시간에 맞춰 수업에 참여했다. 대견했다.
이제 5교시 수업이 시작됐다. 드디어 아이가 ‘힘들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는 게 참~ 힘들다는 아이. 이해는 안 가지만 이해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아침도 학교에 가기 싫다며 소파에서 뭉그적 거리고 있다. 형아가 서두르자 마지못해 점퍼를 입고 가방을 멘다.
‘공부 못해도 잘살 수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에 머리가 아득해진다. “흠~ 요놈을 어쩐다!”
가끔 가는 순두부집이 바로 옆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한다. 손님 많은 음식점에 가면 가끔 우스갯소리로 ‘음식 장사로 성공해서 물려주면 우리 애들 공부 안 해도 될텐데…’
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주려는 마음이 앞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꿈을 꾸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매일 꿈이 바뀌는 아이들에게 “그래 커서 뭐든, 어떤 모습으로 살든 행복하게 살면 된단다”고 나지막이 말해본다.
수가성 순두부에서 섞어 순두부를 한술 뜨면서 “아~ 나도 이런 식당 하나 했으면 좋겠다!”를 수없이 되뇌었다. 이 집은 늘 손님이 많다. 순두부 종류도 다양하고 반찬도 맛이 좋다. 오늘 맛있는 순두부를
먹었으니 힘을 내서 아이가 학교에 또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겠다. 우리 시헌이 홧팅!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