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 김기자의 끼니

무작정 놀고먹는 휴가가 최고!

무작정 놀고먹는 휴가가 최고!

by 운영자 2018.08.09

무작정 놀고먹는 휴가가 최고!

정말 세 걸음 걷기도 힘든 나날이었다. 초극성수기와 폭염 속에 맞이한 여름휴가. 무조건 바다로 달려갔다.
지난해에도 다녀왔던 강릉 남애항 부근 해수욕장을 찾았다.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뒤 타프를 칠 장소를 알아봤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타프를 설치하는 일명 자릿세가 6만원이라고 했다.

지난해엔 2만원에 했는데. 아무리 바가지가 기승이라고 하지만 캠핑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잠시 뙤약볕 좀가릴 타프하나 설치는데 6만원은 심한 것 같았다. 청년에게 “돈을 안 받는 자리는 어디냐?”고 물었다. 저쪽위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해변 끝쪽을 가리킨다. 해변엔 이미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이 파라솔이나 그늘막을 치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차도 이동 주차하고 뜨거운, 정말 뜨거운 모래밭을 걸어 자릿세가 없는 곳에타프를 설치했다.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흘렀다. 바닷물 속에 들어가 있으니 정말 더운 줄 모르고 놀았다.
햇볕에 노출된 손과 발이 까맣게 탔다. 모자를 쓰다 벗다 한 아이들은 얼굴까지 발갛게 익었다. 타프 그늘 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고 오랜 시간 물놀이를 즐겼다.
차디찬 찬물로 샤워를 서둘러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남항진을 찾았다.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들르는 남항진어촌식당에서 망치매운탕과 가자미회무침을 주문했다.

이 집 가자미회무침은 얼린 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비벼 초고추장을 뿌려 먹는 식이다. 회와 채소를 따로 주기도 하고, 맛있게 무쳐서 주기도 한다. 뼈째 썰어낸 가자미회는 새콤달콤 초장과 아삭한 채소와 궁합이 아주좋다. 망치매운탕은 보글보글 끓여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라면사리를 넣어 먹어도 좋다. 아이들이부쩍 컸는지 이제는 제법 매운탕과 가자미회무침을 잘 먹는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남항진과 안목을 잇는 솔바람 다리를 산책 삼아 걸었다. 솔바람 다리는 어둑해지자 피서를 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시원한 바람은 아니지만 다리 위에 있으니 더위 걱정 없이 좋았다. 밤이 되니 낮에바닷가에서 탔던 손등이며 발등이 따끔거리고 간지럽기 시작했다. 휴가가 별건가 잘 먹고 잘 놀면 그만이지.
짧은 휴가가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