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물에 말아 먹는다고?’ 사실 회덮밥도 이해 못 한 나였기에 물에 담긴 회는 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별미다.

처음 물회를 먹던 날, 그 낯섦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회는 시원하고 매콤 새콤한 육수가 입맛을 당기게 했다. 바닷가 근처 그 비릿한 향이 음식에서도 날 것만 같아 마냥 꺼려졌다.
초장 맛 나는 육수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단순히 물회라는 이름만으로 비리고, 비위에 안 맞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좀 더 근사한 이름도 있을 텐데 물회라니.
회를 썰어 넣고 각종 채소를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는 간단한 이 음식, 맛본 사람들이라면 꼭 다시 찾는다.

물회는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초고추장에 해물과 채소를 비벼 먹다 육수를 넣으면 물회가 되고, 밥을 넣으면 회덮밥이 되는 식으로 먹는 곳도 있고 양념, 육수를 슬러시처럼 얼려 회와채소 위에 얹어내는 방식도 있다. 제주도에는 된장 물회가 유명하다.

물회는 주로 강릉이나 속초에서 즐겨 먹었지만 원주에서도 즐겨가는 곳이 있다.단구동에 있는 강릉사천물회는 싱싱하고 깊은 맛의 물회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오징어물회, 가자미물회를 주로 먹지만 이 집에서만큼은 꼭 명품 물회를 맛본다.

스페셜 물회에는 명품물회보다 멍게와 해삼이 추가된다. 가격은 5천원정도 차이가 난다. 멍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로 꼭 명품물회를 고집한다. 명품물회에는 새꼬시와 광어, 문어, 전복, 날치알이 푸짐하게 담긴다. 회가 맛있어야 물회가 맛있다. 이 집은 싱싱한 회를 상에 올리기 때문에 당연히 물회도 맛있다.

회를 비롯한 해물의 맛도 살리면서 매콤새콤한 육수 맛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물회의 매력. 회와 함께 문어, 전복 등이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도 좋다.
여기에 밥이나 소면을 말아먹기 때문에 한 끼 든든하게 맛볼 수 있다. 또한 별다른 재료 없이 푹 끓인 미역국은 구수하고 깊은 맛에 한 그릇 따뜻하게 비워낸다.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던 내가 여름이면 꼭 물회를 맛보는 것이 연례행사가 됐다.입맛은 변한다. 그러니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맛과 먹는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