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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by 운영자 2014.07.04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갈매기살’

문득 생각났다.
“맛있다. 맛있다.” 호들갑 떨며 떡볶이를 먹던 친구는 “힝~ 영수도 좋아할 텐데…”라며 잠시 떡볶이를 바라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남자친구를 떠올린 것이다. 나는 속으로 ‘정말 눈꼴시려 못 봐주겠네!’ 하며 눈을 흘겼다.
친구는 대뜸 “너는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 없어?”라고 묻는다.
없나? 고개가 갸웃거릴 정도로 쉽게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 친구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그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사람을 떠올릴 것이고, 그 사람도 분명히 이 음식을 좋아했을 텐데 라며 아쉬워한다.
어느 날 남편이 내게 ‘정말 맛있는 갈매기살 파는 곳’을 알아냈다며 함께 가자 했다.
집 앞에도 돼지 부속 전문점이 있었지만 한참을 달려 횡성으로 갔다.
작고 허름하고 심지어 족발·보쌈 전문점이다. 식당이름은 ‘삼수갑산’. 도무지 갈매기살과는 연관이 없어 보였다. 메뉴판에는 ‘갈매기살’이란 메뉴조차 없다. 작은 식당 안은 동그란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어 딱 포장마차 분위기다. 남편은 메뉴판에도 없는 ‘갈매기살’ 2인분을 주문한다. 젊은 사장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상추와 물김치 마늘 쌈장 등 기본 반찬을 주고 막이 벗겨지지 않은 두툼한 갈매기살을 접시에 담아왔다. 벌건 숯불이 나왔다. 고기 판을 올려 갈매기살을 굽기 시작했다.
화력이 좋은지 금세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낸다. 냄새마저 고소하다. 어느 정도 익으면 고기를 알맞게 자른다.
잘 익은 고기를 내밀며 남편은 친구와 먹으며 꼭 한번 나를 데리고 오고 싶었단다. 나는 좋은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미소를 띤 채 “혼자 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어?” 툴툴거렸지만 남편이 그날따라 예뻐 보였다.
맛있는 갈매기살을 먹으며 나를 떠올렸을 남편,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갈매기살이 맛있었기도 했지만 남편의 마음이 고마워 잊지 못할 갈매기살 집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아이들을 먼저 떠올렸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음식이 맛있어서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맛’에는 추억도 담기는 법. 그래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맛집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 갈매기살을 꼭꼭 씹으며 느꼈다.
“남편! 오늘 사무실에서 맛있는 점심 회식하기로 했어. 맛있게 먹으면서 우리 남편 떠올릴게^^.”

김경주 기자 pool1004.blog.me